금융권을 겨냥한 인공지능(AI) 활용 해킹 공격이 잇따르는 가운데 가상자산거래소와 전자금융업체에서도 처음으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확인됐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도 추가 피해가 드러나면서 피해 금융회사는 모두 16곳으로 늘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전반의 보안체계를 재점검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2차 긴급 상황대응 회의’를 열고 금융권의 해킹 피해 현황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까지 유출된 이름과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는 약 10만 건으로 파악됐다. 계좌 비밀번호와 카드번호 등 직접적인 금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피해가 확인된 회사는 기존 11곳에서 16곳으로 늘었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국내 5위권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의 운영사 스트리미와 가상자산 간 거래만 지원하는 코인마켓 거래소 프라뱅에서 처음 피해가 발생했다. 전자금융업계에서도 결제업체 브라이트픽스의 개인정보 유출이 새롭게 확인됐다. DB저축은행과 산은캐피탈도 피해 회사 명단에 추가됐다.
금융회사 상당수의 보안 관리가 허술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위가 금융회사 555곳을 대상으로 자체 점검을 실시한 결과 130곳(23.4%)에서 보안 미흡 사항이 보고됐다. 최신 보안패치를 적용하지 않거나 제조사의 기술지원이 종료된 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시간 보안관제체계를 갖추지 않은 회사도 있었다. 특히 전자금융업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에서 보안 취약점이 다수 발견됐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전산시스템의 외부 연결 경로부터 전면 재점검하기로 했다. 외부와 연결되는 모든 접점을 파악하고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최고정보책임자(CIO) 등의 보고체계와 책임 범위도 명확히 할 계획이다.
보안 점검 주기도 단축한다. AI를 활용한 해킹 공격이 시간대에 관계없이 이뤄지는 만큼 금융회사의 취약점 점검·평가를 기존 연 1회에서 연 2회 이상으로 확대한다. 필요하면 수시점검도 실시한다. 대부업체와 법인보험대리점(GA) 등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보안 관리가 미치기 어려운 업권에도 AI 보안 위협 대응 요령을 전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