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FP·제몐신문
사진=CFP·제몐신문
중국의 반도체 수출액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다. 다만 실제 수출 물량은 줄어들어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에선 화웨이 등 현지 반도체 기업들이 영향력을 키우면서 미국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축소됐다.

14일 중국 경제매체 제몐신문에 따르면 해관총서(관세청)는 이날 올해 1~9월 집적회로(IC)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집적회로 수입액도 63.5% 늘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와 가격 상승이 중국 대외무역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전체 수출입 실적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달 중국 수출액은 달러 기준 전년도 같은 달보다 36.3% 늘었다. 증가율은 전달과 비교해 11.3%포인트 높아졌다. 수입액은 31% 증가해 전달보다 증가율이 2.8%포인트 뛰었다. 1~9월 누적 수출과 수입 증가율은 각각 21.3%, 27.5%로 집계됐다.

특히 AI와 관련된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해관총서는 올해 1~9월 산업용 로봇, 전자부품, 컴퓨터 부품, 전기기자재 등의 수출입액이 10조위안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9% 증가한 규모다. 이들 품목은 전체 수출입 증가율을 11.3%포인트 끌어올렸다.

중국 자산운용사 둥팡진청의 왕칭 수석 거시경제분석가는 "글로벌 AI 투자 열풍으로 해외 수요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 가격 상승이 중국 수출액 증가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라고 봤다.

반도체 수입도 당분간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해외에서 부품·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생산한 뒤 다시 수출하는 가공무역 비중이 크다.

왕칭 수석 분석가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체 수입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반도체 수입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연말까지 중국 전체 수입액 증가율도 2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수출액이 급증했다고 해서 실제 반도체 수요가 같은 속도로 확대된 것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톈디 궈신증권 분석가는 AI 하드웨어 산업의 호황이 실제 출하량 증가보다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물량은 감소하는 반면 가격 상승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으로, 수출액 증가와 실제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올 4분기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낮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약해지고 이전에 밀렸던 수출 물량을 한꺼번에 내보낸 효과도 줄어서다.

미국의 정책 변화도 변수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도체 보조금, 데이터센터 전력·용수 인허가, AI 규제,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글로벌 기업의 설비투자·생산시설 확충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