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서울 아파트 한 채도 못 산다"…'로또 1등' 13억 고수한 이유 [인터뷰+]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호평 속 종영
윤영빈 감독 "계약직부터 관리직까지 서사가 강점"
"자기 일에 대한 가치 깨닫고 열심히 살았으면"
이준혁 "주인공 마음 이해하려 매주 로또 구매"
"모든 배우 잘 보였으면 하는 마음"
윤영빈 감독 "계약직부터 관리직까지 서사가 강점"
"자기 일에 대한 가치 깨닫고 열심히 살았으면"
이준혁 "주인공 마음 이해하려 매주 로또 구매"
"모든 배우 잘 보였으면 하는 마음"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연출한 윤영빈 감독은 극 중 로또 1등 당첨금을 13억원으로 설정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유통 회사 홍성인터내셔널의 영업 5팀 팀장인 공은태(이준혁 분)가 로또 1등에 당첨된 뒤에도 회사에 출근하며 벌어지는 직장생활의 변화를 그린다.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며, 현재 웹툰으로도 연재 중이다. 원작 웹소설에서는 당첨금이 13억원이지만, 웹툰에서는 18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원작에서는 공은태가 로또에 당첨되자마자 집을 산다. 물가가 오르고, 집값도 올랐기 때문에 웹툰에서는 현실적으로 집을 살 수 있는 18억으로 올린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다시 13억을 택했고, 심지어 공은태는 이 돈을 쓰지도 않는다. 일부 시청자들은 13억으로는 서울 핵심 지역의 아파트 한 채를 사기도 버겁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출과 함께 드라마화를 위한 각본까지 책임지며 작품을 이끈 윤 감독은 "돈이 생기면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해 봤다. 나 자신도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 그래서 공은태도 쓰지 않는 걸로 했다. 자기 자신을 믿으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드라마 속 공은태는 로또 당첨 이후 부동산까지 찾아가 봤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시 회사로 향했다. 그리고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볼 줄 아는 팀장으로 거듭난다. 부하 직원이지만 입사 선배라서 늘 자신을 무시해 온 대리 양준호(서현우 분)에게 '할 말을 하는 팀장'이 되겠다는 다짐을 시작으로 그는 놀라운 변화와 성장을 경험한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직장인 시청자들에게 공감, 대리 만족 등의 다양한 감정을 선사하며 4주 연속 티빙 주말 구독 기여 1위·주간 구독 기여 1위를 차지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평균 6.2%, 최고 7.2%를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어 "요즘에는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는 가치에 대해 많이 소홀해진 세상이 아닌가 싶다.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것에 더 좋은 가치를 두는 거 같기도 하다"면서 "자기중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해내는 게 낭만적이지 않나. 그걸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어진 걸 시간 내에 해내야 하는 직장인들의 무심한 삶의 직진성에 감탄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걸 해내야 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고 싶었다. 그게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신경 쓴 건 "선과 악이 부딪히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윤 감독은 "각자의 선과 선이 부딪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아가는 삶 속에서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져야지, 악한 의도가 있지는 않았으면 했다"고 부연했다.
공은태는 작품의 중심을 잡는 캐릭터로 이준혁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 윤 감독은 이준혁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모든 작품에서 언제나 적확한 연기를 했다. 도드라지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된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준혁이 중심을 잡고 주변 인물들이 날아다녀야 하는 작품이었다. 준혁 씨도 그걸 잘 이해하고 임해줬다. 오히려 나보다 더 다른 배우들을 배려했다. 그래서 정말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 주연을 맡았었지만, 이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스핀오프 형식이었기 때문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사실상 첫 원톱 주연으로 여긴다고 했다.
이준혁은 "나도 조연을 많이 했다"면서 "모든 배우들이 잘 보이는 걸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가 베이스를 치면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리듬을 맞춰가는 '케미'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공은태라는 인물을 완성하기 위한 고민도 따랐다. 이준혁은 "사람 자체가 깔끔한 지점이 있다. 무조건 멋있다기보다는 어린 친구들이 봤을 때 '저렇게 깔끔한 사람이고 싶다'는 이미지를 더 내려고 했다. 원래 공은태가 담배를 많이 피우는 설정이었는데, 그것도 빼고 싶었다. 지금 젊은 친구들이 봤을 때 그런 지점이 더 합리적일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로또 1등에 당첨돼 13억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겠냐는 물음에는 "소비가 거의 없는 편이다. 옷 한 벌도 잘 안 사고, 현재 차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가장 많이 소비한 건 그림책 '안녕 팝콘' 제작비랑 '데이지'라는 음원 제작비다. 아마 그런 쪽으로 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존에는 로또를 사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을 앞두고 로또도 직접 구입해봤다고 했다. 이준혁은 "은태의 기분을 알기 위해 매주 샀다"면서 "진짜 당첨되면 얼마나 웃긴 기사가 나올까 싶었더라. 사실 그걸 제일 꿈꿨다. 그랬다면 어마어마한 코미디가 됐을 것"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실제 당첨금은 5000원에 그쳤다면서 "5000원 당첨도 당첨이니까 기부하겠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준혁은 "제일 좋아하는 대사가 마지막에 정선혁(오대환 분)에게 '우린 알지 않냐. 얼마나 힘들었는지, 치열했는지'라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나도 그렇다. 배우라는 직업이 여름에 얼마나 더웠는지, 겨울에 얼마나 춥고 힘들었는지 말할 수 없지만 동료끼리는 할 수 있다. 그 대사가 내겐 인상 깊었다.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이 비슷하지 않았을까"라고 고백했다.
회사라는 일상적인 공간, 그 안에서 각기 다른 위치와 역할의 사람들이 겪는 다양한 성장기. 로또 당첨은 하나의 장치일 뿐, 사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여기에 있었다.
"계약직부터 관리직까지 각자의 서사가 있어서 많은 분이 본인에게 이입해볼 만한 힘이 생겼던 거 같아요. 사람들이 일하는 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열심히 살면 좋겠어요. 그럼 조금 더 재미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윤영빈 감독)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