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 카카오(if(kakao)26)'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 사진=홍민성 기자
1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 카카오(if(kakao)26)'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 사진=홍민성 기자
"스페이스, 지난주에 아내가 말한 게 뭐였지?" 1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 카카오(if(kakao)26)'에서 선보인 시연 장면이다. 인공지능(AI) 비서 '카나나 스페이스'는 딸의 생일을 알려주며 '퇴근길에 케이크를 사 와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짚어줬다.

카카오는 이날 '모든 연결에 지능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이용자의 대화를 이해하고 필요한 일을 대신 처리하는 AI 서비스를 공개했다. 카카오톡에서 가족·친구와 대화하듯 AI에도 일을 맡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손가락으로 부르는 AI…메시지 찾아 답장까지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 사진=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 사진=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날 이프 카카오26에서 카나나 스페이스를 카카오톡 어디서든 불러 필요한 일을 맡기는 "범용 AI 어시스턴트"라고 소개했다. 이용자의 선호와 과거 경험, 요청 당시의 상황을 파악해 응답하고 실행까지 이어가겠다는 설명이다. 같은 주문 요청이라도 평소 무엇을 구매했는지, 지금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다르게 처리하는 방식이다.

카나나 스페이스는 별도 탭으로 이동하지 않고 지금 보고 있는 화면에서 호출할 수 있다.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면 캐릭터 라이언이 나타나 음성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공공장소처럼 말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텍스트로 요청할 수 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 호출하는 대신 화면에 표시되는 버튼을 누르는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이날 시연에서는 밤새 쌓인 메시지 가운데 업무와 관련된 내용만 추려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AI는 특정 대화방에 올라온 파일 확인 요청과 오전 11시까지인 회신 기한을 알려줬다. 이어 그 대화방에 답장을 보내는 과정도 보여줬다. 가족 대화방에서 부탁받은 자녀 하원 일정을 찾아 언제 출발하면 되는지 안내하는 장면도 소개했다.

카카오는 향후 주문·선물·예약·송금까지 처리하도록 기능을 넓힐 계획이다. 생수를 주문해달라고 하면 이전 구매 제품을 찾고 쿠폰을 적용해 결제 절차로 이어주는 방식이다. 김대년 카카오 디자인 총괄 성과리더는 "AI가 더 많은 일을 할수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용자의 선택과 통제권"이라며 "메시지 전송이나 결제처럼 중요한 행동은 사용자가 직접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카나나 스페이스는 이날부터 사전 신청을 받고 일부 신청자를 선정해 12월부터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진행한다.

PC에서 만든 '나만의 AI 팀'도 카톡에 연결

노병석 카카오 파운데이션 모델 성과리더 / 사진=카카오
노병석 카카오 파운데이션 모델 성과리더 / 사진=카카오
카카오는 개인 PC에서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실행하는 '칸바스'도 공개했다. 이용자가 역할과 맡길 일을 정하면 작업에 필요한 도구와 기능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정 대표는 세금 신고와 연말정산 준비를 활용 사례로 들었다. 흩어진 자료를 모아 관련 사이트에 입력하고, 이용자 확인을 거쳐 신고와 납부까지 돕는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칸바스로 만든 에이전트에는 반복 업무나 정해진 시간에 수행할 작업을 맡길 수 있다. 에이전트마다 브라우저를 분리하고 PC에서 실행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해 다른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도록 설계했다. 유용한 에이전트를 다른 이용자와 공유하는 기능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소규모 이용자를 대상으로 CBT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카카오톡에 이용자의 에이전트 팀을 연결하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칸바스뿐 아니라 다른 개발 도구로 만든 에이전트에도 카카오톡에서 일을 맡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 대표는 "카카오는 이 에이전트들을 이용자의 일상에 연결하는 공통의 접점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외부 서비스와 연결하는 방식도 넓힌다. 정 대표는 파트너 서비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개발 부담과 기존 수익 구조를 고려하고, 실제 트래픽과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시간과 설득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간 직접 연동에 더해 에이전트가 클라우드 브라우저에서 작업하는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용자의 인증 정보를 분리된 환경에서 보호하면서 파트너의 개발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요청 따라 모델 달리 쓰고…정보는 동의한 범위에서

노병석 카카오 파운데이션 모델 성과리더. / 사진=카카오
노병석 카카오 파운데이션 모델 성과리더. / 사진=카카오
자체 AI 모델 '카나나'는 요청의 난도에 따라 크기가 다른 모델을 활용하는 구조다. 스마트폰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기기 안에서 수행하고, 복잡한 요청은 서버의 대형 모델로 처리한다. 'AI 컨덕터'가 적합한 모델과 도구를 고르고 작업 순서를 정한다. 노병석 카카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총괄 성과리더는 "모든 요청에 최고의 결과를 제공하되 모든 요청에 가장 큰 모델을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카나나 스페이스에는 텍스트·이미지·음성을 함께 이해하고 음성으로 답하는 모델 '카나나-o'가 활용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듣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수행하는 '카나나 라이브'도 개발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는 한국어를 들으면서 영어로 통역하는 시연을 소개했다.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답하는 방식보다 대화의 지연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화 서비스를 위해서는 이용자의 경험과 기록을 정리해 에이전트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프로젝트 모자이크'를 추진한다. 송재하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조카에게 선물한 아동화 구매 기록을 예로 들었다. 구매 사실만 보고 이용자의 취향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생긴 기록인지, 현재도 유효한 정보인지를 함께 살피겠다고 설명했다.

정보는 이용자가 활용에 동의한 서비스에만 제공하고, 동의를 철회하면 이후 요청부터 제공을 중단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다만 송 CTO는 서비스가 이미 받아 보관한 정보까지 일괄 회수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미 전달된 정보의 사용에서도 이용자의 선택을 지키는 것은 서비스와 플랫폼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AI의 행동 계획과 실행 과정도 검증할 방침이다. 시험 환경에서 상품이 품절되거나 가격이 바뀐 상황을 만들어 이용자가 맡긴 범위를 벗어나 주문하지 않는지 살핀다. AI가 "주문하지 않았다"고 답하더라도 앞서 주문 기능을 실행했을 수 있어 중간 작업까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송 CTO는 "모델이 추론한 걸 사용자가 허락한 걸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이용자가 필요한 AI 기능과 정보 활용 범위를 직접 선택하도록 할 전략이다. 카카오톡을 메신저로만 쓰거나 요약·번역 기능만 이용하는 등 각자의 필요에 맞춰 활용 수준을 정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모두를 위한 '연결' 위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이해하고 각자의 필요에 맞춰 일하는 '지능'을 더함으로써 누구나 익숙한 일상에서 AI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용인(경기)=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