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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공화당에 2억7500만달러 투입…최대 후원자 등극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호인 머스크는 최근 몇 달간 미국 전역의 주요 선거에 2억7500만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머스크 측 대변인은 12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머스크는 2024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약 3억달러를 지출한 바 있다.
머스크는 올여름 공화당 상원 후보들을 지원하는 주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상원리더십펀드(Senate Leadership Fund)'에 1억5800만달러를 기부했다. 하원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의회리더십펀드(Congressional Leadership Fund)'에도 2000만달러를 제공했다. 이와 별도로 자신이 설립한 정치활동단체 '아메리카팩(America PAC)'에도 수천만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부 내역은 아직 공식 선거자금 기록에 공개되지 않았으며, 이 같은 지원 사실은 뉴욕타임스(NYT)가 처음 보도했다.
머스크의 자금 지원은 이미 민주당보다 우세한 공화당의 선거자금 규모를 더욱 키우고 있다. 연방 선거자금 신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공화당 관련 위원회와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 주식회사(Maga Inc)'가 모금한 자금은 11억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민주당의 모금액은 약 6억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자금 우위에도 공화당의 선거 전망은 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공화당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현재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어느 쪽이 승리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으로 평가된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아메리카팩의 지출 규모와 활동은 트럼프 대통령과 연계된 마가 주식회사의 선거 지원과 대체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마가 주식회사는 4억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아메리카팩은 미시간, 알래스카, 오하이오, 아이오와, 텍사스, 메인, 뉴햄프셔 등 7개 주의 상원 선거에 문자메시지와 디지털·인쇄 광고를 지원했다. 하원에서도 최소 12개 접전 지역을 대상으로 선거운동 비용을 지출했다.
아메리카팩 대변인인 앤드루 로미오는 민주당이 워싱턴 정가를 장악하고 주요 주지사 및 주 법무장관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미국이 사회주의적이고 '워크(woke)' 성향이 강하며 국경 통제가 없는 국가가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공화당이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통해 역사적으로 불리한 중간선거 흐름을 뒤집을 기회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의 대규모 지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충돌한 지 1년여 만에 공화당과의 관계를 복원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머스크는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감세·지출 법안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당시 그는 해당 법안을 선심성 예산으로 가득 찬 터무니없는 의회 지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앞서 연방정부 직원 수천 명을 감축한 이른바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과정에서 트럼프가 사망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또 행정부와의 관계가 테슬라 판매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자 일선 정치 활동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공화당에 맞설 제3정당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위협도 내놓았다.
최근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백악관 만찬에 참석했으며 지난주에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과학훈장을 받았다. 미 국방부인 펜타곤의 현대화 방안을 검토하는 작업에서도 공동 책임자로 선정됐다. 이번 중간선거 지원은 머스크가 다시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 합류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머스크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 회복은 사업적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다.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미국 정부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일부 사업은 연방정부의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결정이 관련 기업의 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스페이스X는 지난주 무선통신 주파수 사용권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거래가 성사되려면 트럼프 행정부 산하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이 필요하다. 머스크의 인공지능(AI) 기업 xAI 역시 백악관이 추진하는 AI 협약의 서명 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 협약에 참여한 주요 AI 기업들은 자사 모델에 대한 제3자 외부 감사를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머스크의 공화당 지원은 하원에서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상원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공화당은 머스크의 자금을 바탕으로 주요 경합 지역의 선거운동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중간선거 결과와 함께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 회복이 국방부 현대화 사업, 스페이스X의 주파수 거래 승인, xAI 관련 정책 등 정부와 기업 간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끌 전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