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앤비준우의 '펴집 형상 복원' 기술. 케이앤비준우 제공
케이앤비준우의 '펴집 형상 복원' 기술. 케이앤비준우 제공
선수들이 쉼없이 뛰고 부딪히고 넘어지는 축구장. 사람보다 인조잔디가 먼저 눕는다. 한 번 뭉개진 잔디는 혼자 일어나지 못한다. 잔디를 다시 세우기 위한 유지관리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복원을 미루니 경기장 상태는 갈수록 나빠진다.

국내 중소기업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일어서는 인조잔디'를 개발했다. 인조잔디 전문기업 케이앤비준우의 '형상기억 인조잔디'가 한국경제신문과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 선정하는 '2026년 하반기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에 선정됐다.

2008년 설립된 케이앤비준우는 대구 달성군에 본사를 둔 인조잔디 전문 제조기업이다. 1970년대부터 섬유사업을 해온 유신섬유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축구장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시설과 조경시설에 쓰이는 인조잔디를 생산·시공한다.

이번에 선정된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펴짐 형상 복원' 기술이다. 인조잔디를 구성하는 가느다란 잔디 섬유를 '파일'이라고 부르는데, 선수들이 뛰거나 장비가 지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압력을 받으면 파일이 눕게 된다. 케이앤비준우는 특수 원료를 활용해 눕혀진 파일이 섭씨 40~50도의 열을 받으면 원래의 형태로 복원되도록 했다. 잔디가 눕더라도 일정한 온도 조건에서 다시 일어서게끔 만들어 경기장 상태를 유지하기 쉽게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조잔디가 눕게 되면 전용 장비로 잔디를 쓸어 올리는 '브러싱' 작업이 필요하다. 회사 측은 형상 복원 기술을 통해 이런 유지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원력도 경쟁 제품보다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시험 결과 케이앤비준우 제품의 원사 복원력은 95%로, 비교 대상인 다른 두 회사 제품(68.3%, 61%)보다 높게 나타났다. 회사는 이 같은 기술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펴짐 형상 복원 인조잔디 및 이의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를 등록했다.

선수들의 안전을 고려한 구조도 특징이다. 케이앤비준우는 길이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잔디 파일을 조합한 이중구조를 적용했다. 긴 파일은 55㎜, 짧은 파일은 43㎜로 높이 차이가 12㎜다. 높이가 다른 잔디가 함께 충격을 받아내도록 설계해 충격흡수 성능을 높였다. 인조잔디 아래에는 폴리에틸렌(PE) 발포폼 소재의 충격흡수·배수패드를 설치했다. 패드에 홈과 구멍을 만들어 빗물이 수평·수직 방향으로 빠져나가도록 했다.

잔디가 쉽게 뽑히거나 이음매가 벌어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기술도 적용했다. 인조잔디 바닥에 그물망 형태의 메시망을 적층하고, 공기 흐름을 이용해 코팅제를 고르게 펴 바르는 '에어나이프' 공법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잔디 구조체의 인장강도와 파일이 뽑히지 않고 버티는 힘인 '인발력'을 높였다. 잔디를 이어 붙일 때도 일반적인 접착제 접합 대신 재봉 방식을 활용해 온도 변화에 따른 이음매 벌어짐을 줄이도록 했다.

제품의 기술력은 공공조달시장에서도 인정받았다. 케이앤비준우의 형상기억 인조잔디는 지난해 하반기 조달청 우수조달제품으로 지정됐으며, 올해 상반기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도 등록됐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공공체육시설 등을 대상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케이앤비준우는 인조잔디 원사 생산부터 제직, 가공, 완제품 생산, 시공과 사후관리까지 전 공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약 2만6000㎡ 규모의 사업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 2014년 인조잔디 업계 최초로 조달청 품질보증조달물품 인증을 받았다. 2023년에는 대한축구협회(KFA) 인증도 획득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 칠레와 필리핀, 두바이에 제품을 처음 수출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러시아, 인도 등으로 수출국을 확대했다. 케이앤비준우는 형상기억 인조잔디를 앞세워 국내 공공조달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동시에 해외 스포츠시설용 인조잔디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