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 모형도를 보고 있는 예비 청약자.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 모형도를 보고 있는 예비 청약자.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 마포구 신축 아파트 입주권 가격이 강남에 있는 구축 아파트 가격을 넘어섰습니다. 중급지에 있는 신축 가격이 강남 구축 가격과 맞닿으면서 갈아타기 수요자의 선택도 복잡해졌습니다. 새집의 주거 편의를 택할지, 강남의 입지와 재건축 가능성을 선택할지 비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지난달 11일 31억8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같은 면적의 지난 2월 거래가격은 30억6000만원이었습니다. 7개월 사이 1억2000만원 높은 거래가 이뤄지면서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강남권에서는 이보다 낮은 가격의 거래가 확인됩니다. 대치동 '은마' 전용 76㎡는 지난달 29일 31억3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마포 신축 입주권보다 5000만원 낮습니다. 면적은 다르지만 매입 예산이 비슷한 구간에 들어온 것입니다.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전용 83㎡는 지난달 21일 32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 입주권과의 차이는 7000만원입니다. '개포주공7단지' 전용 83㎡는 지난달 26일 34억원에 매매됐습니다.

재건축 추진 단지만의 얘기도 아닙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33억2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이달 5일에는 32억9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마포 신축 입주권과 최근 거래가격의 차이는 1억1000만원입니다.

이처럼 가격대가 겹치면 강남 구축을 다시 검토하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마포 신축을 살 수 있는 예산으로 강남권 주택도 비교할 수 있어서입니다. 강남 구축의 가격 조정이 갈아타기 수요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선호지역의 신축 가격이 오를수록 비교 대상인 강남 구축의 가격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상대적인 상급지역과 가격이 비슷해짐에 따라 강남 구축아파트의 가격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상급지로 갈아타고자 하는 잠재적 수요를 발생시키고, 강남 등 인기지역의 가격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 이주 앞둔 은마아파트 >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강남에서만 9724가구가 이주하는 등 서울 전역에서 재건축·재개발 이주 물량이 약 3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연내 관리처분 총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 이주가 예정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   /사진=한경DB
< 이주 앞둔 은마아파트 >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강남에서만 9724가구가 이주하는 등 서울 전역에서 재건축·재개발 이주 물량이 약 3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연내 관리처분 총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 이주가 예정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 /사진=한경DB
다만 비슷한 거래가격이 같은 자금 부담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건축 아파트는 매입 이후 추가 분담금과 이주 비용 등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거주할 집도 마련해야 합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시점은 정비사업 일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마포 신축 입주권도 잔여 분담금과 납부 일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거래가격 외에 추가로 내야 할 금액이 있는지 살펴야 하는 것입니다. 취득에 필요한 세금과 중개보수 등도 별도입니다. 매물 가격에 향후 지출까지 더해야 실제 필요한 자금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해 이동하는 수요자에게는 두 집의 가격 차이도 중요합니다. 매수 대상의 가격이 낮아져도 기존 집의 매각가격이 더 크게 떨어지면 추가로 마련해야 할 돈은 늘어납니다. 반대로 기존 집값이 오른 상태에서 강남권 매수 대상이 조정받으면 갈아타기에 필요한 차액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선택의 기준은 주택을 사려는 목적과도 연결됩니다. 당장 생활할 공간의 편의를 중시하는 수요자와 장기간 보유하며 재건축 이후를 바라보는 수요자의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자녀 교육과 앞으로 해당 지역에서 거주할 기간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남 연구원은 "실거주와 투자 관점으로 나눠 고민해야 한다"며 "현재 가치인 실거주 편의성을 중시한다면, 마포 신축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겠으나, 자녀 교육과 생애주기 기간상 젊은 중장년층에 속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미래 가치를 고려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지역별 가격 흐름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넷째 주 조사에서 마포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8% 올랐습니다. 직전 주 상승률 0.06%보다 오름폭이 커졌습니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8.37%입니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0.56% 하락했습니다. 전주 하락률 0.42%보다 낙폭이 확대됐습니다. 올해 누적 변동률도 마이너스 0.26%를 기록했습니다. 마포는 상승을 이어가는 가운데 강남은 가격 조정을 받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