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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폭탄 맞을 판"…시공사 싸움판에 조합원들 '날벼락' [시장톡]
시공사 선정 갈등이 집행부 해임·소송으로 확대
더 좋은 조건 찾다 일정 지연…조합원 비용 부담도
더 좋은 조건 찾다 일정 지연…조합원 비용 부담도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사업은 인허가와 이주, 철거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은 이 과정을 함께할 건설사를 정하는 절차입니다. 하지만 누구와 사업을 진행할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기존에 유력했던 건설사 외에 다른 건설사가 참여하는 것 자체는 조합원에게 기회입니다. 설계와 공사비, 금융조건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장에서도 계약 조건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 교체 요구가 나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조건을 비교하던 경쟁이 집행부를 둘러싼 싸움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시공사를 유지하려는 조합원과 새 건설사를 선택하려는 조합원이 갈리고, 집행부의 판단을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이 쌓이면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기도 합니다.
비대위는 계약 내용과 공사비 산출 근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선정 절차를 다시 진행하거나 집행부를 교체하자는 요구도 나옵니다. 여기에 집행부는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며 맞섭니다. 시공사 선택에 대한 이견이 누가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지를 다투는 갈등으로 확대되는 것입니다.
양측이 총회와 법적 대응에 나서면 사업 일정은 더 복잡해집니다. 해임총회가 적법했는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의결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을 다투게 됩니다. 총회에서 결론을 냈더라도 법원이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면 후속 절차에 제동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수도권의 한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와 새 시공사 선정이 추진됐습니다. 교체에 반대하는 비대위와 집행부의 갈등도 이어졌습니다. 법원이 관련 총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 뒤에도 계약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계속됐습니다. 시공사 공백이 발생한 기간에는 조합원에게 이주비 대출이자를 직접 납부하도록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시공사를 바꿔 더 나은 조건을 얻으려던 선택이 당장 낼 돈의 문제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이 사업장에서는 비대위가 기존 시공사와 사업을 이어가자는 입장이었습니다. 비대위가 항상 새 건설사를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장마다 집행부와 반대 조합원의 구도는 다릅니다.
조합원이 유념해야 할 점은 갈등이 길어지는 동안 늘어나는 부담입니다. 이주를 마쳤다면 새집에 들어갈 때까지 다른 곳에서 살아야 합니다. 입주가 늦어지면 임시 거처의 주거비와 대출이자 부담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총회와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도 살펴야 합니다.
새 건설사가 제시한 공사비가 낮다고 교체가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기존 계약을 정리하는 비용과 금융약정 변경 여부, 예상 지연 기간까지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더 좋은 브랜드를 선택하더라도 입주가 늦어지면 조합원별 손익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업 속도를 이유로 집행부의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계약 내용과 공사비 산출 근거를 확인하는 것은 조합원의 권리입니다. 비교할 자료가 충분히 공개돼야 시공사 유지와 교체 가운데 어떤 선택이 나은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건설사의 수주 활동에도 지켜야 할 기준이 있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계약 체결과 관련한 금품·향응 제공을 금지합니다. 제3자를 통한 제공도 금지 대상입니다. 건설사는 홍보 용역업체가 이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해야 합니다.
정비업계에서는 시공사 선정 경쟁과 조합 내부 갈등이 맞물리는 현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비대위 성격의 조직이 생기는 상황을 두고 "비대위 옆에는 다른 시공사가 있고 이런 경우 사업 진행이 더딘 것이 사실"이라며 "정비사업 현장에서 심심찮게 있는 사례"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일부 현장에서는 건설사 간 경쟁이 사업 추진 주체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며 "재건축, 재개발 도시정비사업장은 정치판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