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글 제미나이
사진=구글 제미나이
“이 방풍 재킷, 제가 벌써 1000장 넘게 팔았습니다.”

판매자가 옷을 펼쳐 보이자 실시간 채팅창에 상품을 보여달라는 요청이 올라왔다. 화면 상단에는 주문 링크와 QR코드가 떠 있었다. 연결된 판매 페이지에 올라온 ‘PXG 여성 자켓’ 가격은 5만9000원. 유명 브랜드 이름을 내걸었지만 정품이 아닌 가품이었다.

골프 열풍이 식으며 성장세가 꺾인 골프웨어 업계에 짝퉁 유통까지 겹쳤다. 유튜브 생방송으로 소비자를 모으고 외부 페이지에서 주문받는 가품 판매가 브랜드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수요 둔화 속에서 정품 판매를 늘려야 하는 업체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유튜브 생방송 타고 가품 판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유명 골프웨어 브랜드의 가품이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가 의류를 들어 보이며 구매를 유도하고, 방송에 연결된 외부 페이지에서 주문받는 방식이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PXG 여성 자켓’이라는 이름의 가품을 5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지포어 남성 후드 니트’도 판매 목록에 올라 있다. 상품마다 번호를 붙이고 색상과 판매 상태를 표시하는 등 일반 온라인 쇼핑몰과 비슷하게 꾸몄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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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유도 방식도 구체적이다. 방송 화면 상단에 프로필의 주문 링크를 누르거나 QR코드를 찍으라는 안내를 띄웠다. 네이버에서 특정 검색어를 찾아 문의하라는 문구도 있다. 구매자가 직접 금액을 계산해 입금하도록 안내하면서 반품·교환·환불은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생방송으로 상품을 보여주고 주문과 결제는 외부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가품 문제는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사안이다. PXG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조품이 온·오프라인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알리고, 온라인 가품 판매처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노점과 골프장 등에서도 판매가 이어진다며 제보를 받고 있다. 단속에 도움을 준 제보자에게는 소정의 상품도 제공한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PXG 전개사 매출 3년 새 35% 감소

브랜드들이 가품과 싸우는 동안 실적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PXG 의류를 전개하는 로저나인의 매출은 2022년 1298억원에서 2023년 1055억원, 2024년 890억원, 지난해 850억원으로 3년 연속 줄었다. 2022년 대비 감소율은 34.6%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2억원에서 119억원으로 68.0%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28.6%에서 14.0%로 낮아졌다.

골프웨어 시장 전반도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골프 붐으로 커진 시장에서 신규 수요 증가가 둔화하고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해진 것이다. 까스텔바작을 유통하는 형지글로벌은 지난해 1분기 보고서에서 신규 골프 인구 증가 둔화와 소비 패턴 변화, 브랜드 간 경쟁 심화를 골프웨어 시장의 조정 요인으로 꼽았다.

유튜브는 위조상품 판매와 판매를 위한 홍보를 금지하고 있다. 관련 채널은 폐쇄될 수 있으며, 신고를 조사해 정책 위반 콘텐츠를 삭제한다고 안내한다. 그러나 제보 화면에서는 생방송과 외부 주문 페이지를 연결한 가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의 판매 금지 정책이 실제 유통 차단으로 이어지는지가 과제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