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연동면 교과서박물관에 시대별 교과서가 전시돼 있다.  교과서박물관 제공
세종시 연동면 교과서박물관에 시대별 교과서가 전시돼 있다. 교과서박물관 제공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동그란 얼굴에 또렷한 눈매. 빛바랜 교과서 속 소녀의 이름은 ‘영이’. 영이는 1948년 발행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바둑이와 철수’에 등장하는 철수의 여동생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거대한 술래 인형 ‘영희’의 모티프가 됐다. 이처럼 세월이 흘러도 낯익은 교과서 속 인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세종시 연동면에 자리한 교과서박물관이다.

교과서박물관은 2003년 문을 열었다. 과거 국정교과서 인쇄공장과 사무동이 있던 자리에 사무동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국내 최초의 교과서 전문 박물관이다. 2층 규모의 전시관에는 시대별 교과서와 교육 관련 유물 1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수장고에 보관된 자료는 20만 점이 넘는다.

대표 소장품인 ‘바둑이와 철수’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 발행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다. 철수와 영이 남매의 일상을 소재로 어린이들이 한글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한 교과서다. 이 책이 발행된 10월 5일은 2006년 ‘교과서의 날’로 지정됐다.

박물관에는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이 1905년 쓴 이력서 원본도 전시돼 있다. 출신 학교와 교사 경력 등을 기록한 120여 년 전의 자료다. 과거 교과서 제작에 사용된 삽화 원화도 눈길을 끈다. 삽화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당시 교과서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시대별 교과서에는 농업 중심 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통신 강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변화상이 담겨 있다. 농업 중심 사회이던 1940년대에는 누에를 기르고 뽕나무를 재배하는 방법을 교과서에서 가르쳤다. 산업화가 본격화한 1970~1980년대에는 기계·전기 등 공업 기술을 다룬 교과서가 등장했다. 1990년대에는 컴퓨터 보급이 확대되면서 정보통신 관련 교육이 강화됐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