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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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7명은 주 4.5일제 도입에 찬성하지만, 임금 삭감을 조건으로 내걸면 반대 여론이 절반을 넘어서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규모에 따라서도 주 4.5일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엇갈려 당분간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1일 한국경제신문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여론조사업체 피앰아이(PMI)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전국 20대 이상 직장인·자영업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9.4%가 주 4.5일제 도입에 찬성했다. 하지만 임금 삭감을 동반한 주 4.5일제 찬성률은 35.8%로 하락했다. ‘임금이 준다면 도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5.6%에 달했다.

'주 4.5일제' 대기업 근로자는 압도적 찬성 … 영세기업은 거부감
대기업 "워라밸 기대" 84% 찬성…5인 미만 사업장은 48%에 그쳐

[단독] 주 4.5일제 70%가 찬성이라지만…임금 줄면 '반대'
주 4.5일 근로제를 도입할 때 임금 수준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35.1%는 ‘기존 임금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존 임금을 유지하되 여건에 따라 일부 조정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33.8%였다. ‘근로시간 단축에 비례해 임금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답은 27.5%에 그쳤다. 임금 삭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자도 근로시간이 4시간 감소할 때 급여를 ‘1시간분’(57.3%) 또는 ‘2시간분’(30.4%)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주 4.5일제를 도입하려면 임금 보전 방안이 중요한 고려 사항임을 보여준다.

주 4.5일제 도입에 반대하는 응답자가 꼽은 가장 큰 이유도 ‘임금·소득 감소 우려’(33.1%)였다. ‘생산성·서비스 저하 등 기업 경제활동에 미칠 영향 우려’(22.5%), ‘업종·기업 규모별 여건 차’(17.4%), ‘대기업·공공기관 근로자에게만 혜택 집중’(16.9%) 등이 뒤를 이었다. 주 4.5일제 도입을 찬성하는 이유로는 ‘여가·휴식 확대 및 삶의 질 향상’이 50.1%로 가장 높았다.

◇기업 규모 따라 ‘천차만별’인 찬성률


주 4.5일제에 대한 여론은 소속 기업 규모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근로자 1000명 이상 대기업 직원의 주 4.5일제 찬성률은 84.2%로 전체 찬성률(69.4%)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의 찬성률은 48.2%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현재 직장에서 주 4.5일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53.8%로 불가능(40.6%)보다 높았다. 대기업 근로자의 ‘가능하다’ 비율이 67.1%인 반면 5인 미만 기업은 ‘불가능하다’는 답이 57.1%에 달했다.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로는 ‘업종 특성상 근로일수·근로시간 단축이 어렵다’는 답변이 38.8%로 가장 많았다. ‘매출 감소 및 인건비 증가 예상’(19.4%), ‘대체인력 확보 어려움’(16.3%)이 뒤를 이었다.

주 4.5일제 도입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국가 지원책도 기업 규모에 따라 달랐다. 대기업 종사자는 ‘근무체계 개편 및 생산성 향상 지원’을 요구한 비율이 40.8%로 가장 높았다. 근로자 5~49인 중소기업에서는 ‘인건비·재정 및 세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26.8%로 가장 컸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직접적인 재정 지원 없이는 주 4.5일제를 시행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인건비 부담 커질 것” 57.1%


인건비 등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기업의 비용 부담이 ‘다소 커질 것’(38.6%) 또는 ‘상당히 커질 것’(18.5%)이라는 응답이 57.1%에 달했다. ‘생산성 향상으로 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응답은 27.6%, ‘정부 지원이 있다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8.5%였다. 전문가들은 임금을 유지한 채 주당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4시간 줄이는 방식의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시간당 인건비가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의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34.8%)과 ‘신규 채용이 늘 것’(29.7%), ‘고용이 줄어들 것’(29.7%)이란 답변이 엇갈렸다.

주 4.5일제를 추진하는 방식에는 ‘기업·업종별 여건에 따른 자율적인 도입’을 지지하는 의견이 26.8%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법적 제도를 통한 단계적 도입‘(24.4%), ‘정부 지원과 사회적 논의 통한 단계적 도입’(23.5%), ‘충분한 검토 후 도입’(21.0%) 등의 의견도 팽팽했다.

김 의원은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영세기업에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기고 양극화를 심화할 것”이라며 “기업 규모와 업종별 여건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설계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4.5일제 도입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다. 정부는 2025년 1833시간인 실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00시간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금 감소 없는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는 근로자 1인당 연간 최대 720만원을 지원하는 ‘워라밸+4.5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