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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경제 정량데이터 구축…이념서 과학의 영역으로 연구 정립
제45회 다산경제학상 수상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北경제 과학·객관적 평가 위해
탈북민 조사·中과 무역 거래 등
데이터 만들어 실증적 규명 기여
"北주민·한반도 평화 위한 여정
젊은 연구자들이 지평 넓혀주길"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北경제 과학·객관적 평가 위해
탈북민 조사·中과 무역 거래 등
데이터 만들어 실증적 규명 기여
"北주민·한반도 평화 위한 여정
젊은 연구자들이 지평 넓혀주길"
북한을 연구하려면 사회주의 경제 원형인 소련 경제를 먼저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해 영국 유학을 결정했다. 하지만 유학 첫해 소련이 붕괴하고 자본주의로 체제가 이행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는 사회주의 경제 체제와 체제 이행을 전공하게 됐고 모스크바에 장기 체류하며 현지 연구를 수행했다.
1994년 모스크바 체류 당시 러시아 통계청 허가를 받아 그동안 연구자 접근이 허용되지 않던 비밀문서보관소 통계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소련이 무너진 원인 중 하나인 만성적 생필품 부족 추이, 소련 비공식 경제의 규모와 경제성장률을 추정했다. 이 연구는 소련 경제 연구의 주요 기여로 인정받았다. 국제학술지 논문 여러 편으로 출간됐고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논문상인 ‘TS애슈턴상’도 받았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간직해온 북한 연구라는 본래 소명을 따라 귀국을 결정했다. 소련 경제 연구 경험은 북한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 북한의 장기 경제성장률과 비공식 경제 규모를 추정하는 작업은 소련 연구 경험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06년부터 최근까지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3000여 명, 즉 전체 남한 정착 탈북민의 10%에 이르는 이를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동료 교수들과 경제학 실험을 했다. 정부가 탈북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취업을 돕지만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실증적으로 규명했다. 북한 주민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적응을 좌우할 가치관, 규범, 인적 자본을 분석했다.
또 정승호 인천대 교수와 함께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180여 곳을 조사했다. 북한이 어떤 동기를 가지고 무엇을 얼마나 중국과 거래하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모았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세계 최초로 북·중 무역의 미시 데이터를 구축한다는 보람도 컸다. 기존 자료를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직접 구축한 다양한 정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문과 책을 썼다. 이런 작업을 통해 북한 경제, 나아가 북한에 대한 이해를 이념과 관점에서 과학과 실증 영역으로 옮기고자 노력했다.
현시점에서 돌아보면 북한 경제 연구에 관한 한 나의 노력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북한 경제에 대해서는 이제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평가가 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 연구는 여전히 많은 공백을 안고 있다. 그러나 북한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북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 객관적 분석이 쉽지 않은 북한 연구에서 경제 연구는 북한의 현실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을 제공하며 북한 이해를 붙드는 닻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이 어렵지만 중요한 분야에 더 많이 참여해 더욱 엄밀한 자료와 방법으로 북한 연구 지평을 넓혀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나의 학술적 기여가 북한 문제 해결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는 못한 듯하다. 북한 문제는 더 풀기 어려워졌고 남북 관계는 악화했으며 북한 주민의 고통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북한을 비추는 등불을 켜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그 등불을 북한에 들고 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등불을 켜는 사람과 그것을 들고 들어가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완의 여정이지만 진심을 다해 걸어온 나의 학문적 노력을 뜻깊게 평가하고 큰 상으로 격려해주신 다산경제학상 심사위원회와 관계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