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금융그룹이 미국의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와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한다. 국내 위탁매매와 기업금융에 치중한 사업 구조를 넘어 글로벌 자산운용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한투는 글로벌 운용사 설립과 KDB생명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며 ‘한국판 벅셔해서웨이’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단독] 한투, 美에 대체투자 운용사 세운다

◇美 사모신용 투자로 영토 확장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투는 미국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C사와 JV 설립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C사 내 크레디트(사모신용) 사업부를 분리해 별도 운용사를 세우는 구조로 논의되고 있다. 크레디트 투자 전문 운용사로 안정적 현금흐름을 갖춘 기업의 메자닌, 직접 대출, 비경영권 소수 지분 등에 투자해 중위험·중수익을 노린다.

한투와 C사는 신설 법인 지분을 50 대 50 수준으로 나누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신설 JV의 기업가치는 6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투는 JV 지분 인수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 관계자는 “다양한 M&A를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C사는 북미 지역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모주식(PE)과 크레디트 투자 전략을 주로 구사한다. 총운용자산(AUM)은 240억달러(약 32조원)에 달한다. 크레디트는 글로벌 대체투자시장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평가받는다.

◇보험업 진출과의 시너지 기대

이번 합작사 설립은 김남구 한투 회장이 강조한 ‘글로벌 영토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투는 미국 대체투자시장에서 30년 가까운 업력을 쌓은 C사의 현지 딜 발굴 네트워크와 심사 역량을 확보한다. 국내 기관 및 개인 고객에게 우량한 북미 크레디트 자산을 독점으로 공급하는 등 시너지도 기대된다.

과거 한투는 인수합병(M&A)에 보수적인 회사로 평가받았다. 올 들어선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난 5월 국내 3위 암호화폐거래소 운영사 코인원 지분 20%를 취득한 데 이어 최근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6월에는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캐니언파트너스, 일본 다이치생명과 함께 자산담보부금융(ABF) 전문 투자사인 캐니언ABF파트너스를 공동으로 설립하기로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투가 국내 증권업을 넘어 글로벌 자산운용 및 보험 등을 잇는 거대한 밸류체인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투를 일본 노무라증권을 넘어 아시아 최고 금융사로 키워낸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금융권에서는 한투가 보험업과 글로벌 자산운용을 결합하는 한국판 벅셔해서웨이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미국 투자지주회사인 벅셔해서웨이는 보험사가 고객에게서 거둬들인 보험료를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에 투입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투가 KDB생명을 인수해 대규모 장기 자금을 조달하고 글로벌 대체투자 플랫폼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구조가 완성되면 그룹 전체의 이익 체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