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토지거래허가제 1년의 청구서
내 집을 내 돈으로 사고파는데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적어도 1년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에서 부동산을 매매하려면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일이 일상이 됐다. 세입자가 4개월 안에 집을 비우는 경우에만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할 수 있고, 허가 후에도 4개월 내 전입해 2년 이상 거주하는 조건이 붙는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부동산 거래에 불확실한 변수까지 더해진 것이다. ‘1주택 갈아타기’라면 살 집과 팔 집의 세입자 퇴거 시점, 은행의 잔금대출 실행 시기, 구청의 허가 일정 등 수많은 변수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경기 화성 동탄과 구리, 용인 기흥 등 세 곳이 추가돼 현재 15개 지역으로 늘었다. 해당 지역의 거주 인구가 150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 세 명 중 한 명꼴로 토지거래허가제의 규제 대상이 된 셈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실 아파트 및 도심 밀집 지역과는 어울리지 않는 제도다. 1970년대 후반 신도시와 산업단지 배후지처럼 개발을 앞둔 허허벌판에서 기획부동산이 벌이던 땅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한 극약처방이었다. 수십 년간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활용된 이유다. 사유재산 거래에 관청이 개입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재산권과 거래의 자유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토요칼럼] 토지거래허가제 1년의 청구서
사람들이 지난 1년간 이런 불편을 감수한 것은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을 위해서였다. 개인의 재산권 행사보다 ‘시장 과열 차단과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는 판단이 규제를 전면 적용한 배경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만 집을 살 수 있어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에게 매수 기회를 넓혀준다는 명분도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 1년간의 성적표를 보면 허탈해진다. 거래와 주거 이전의 제약을 감내했지만 매매시장도, 전세시장도 안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초유의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값은 이달 5일 기준 87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2월부터 한 주도 빠짐없이 오르며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전 기록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6월 둘째주부터 2022년 1월 셋째주까지 이어진 85주였다. 누적 상승률도 당시보다 두 배가량 높아졌다.

전·월세 가격 상승과 물건 감소도 심각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8.35%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04%)의 네 배가 넘는다. 지난 7일 기준 동대문구의 전·월세 물건은 704건으로 지난해 10월 15일보다 64.8% 줄었다. 구로·도봉·중랑·금천구에서도 물건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한 외곽 지역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전세시장 불안이 외곽 지역의 매매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도 나타난다.

실거주를 의무화하는 토지거래허가제 아래에서는 매매가 한 건 이뤄질 때마다 전·월세 공급이 한 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매매가격 변화가 전셋값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약 6개월의 시차가 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매시장 움직임이 임대차시장에 즉각 반영된다.

부동산시장에서 한번 도입한 규제는 족쇄가 되기 쉽다. 토지거래허가제를 풀자니 단기적인 집값 급등이 우려되고, 묶어두자니 임대차시장 왜곡과 부작용이 커진다. 서울시는 2021년 지정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정비사업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지난해 초 전격 해제했다. 그러자 응축된 수요가 폭발하면서 잠잠하던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불과 한 달 만에 해제 결정을 번복했고, 해당 자치구의 모든 아파트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촌극까지 빚었다.

시장의 기본은 거래의 순환이다. 기본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안정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상적인 시장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비판하는 투기꾼이나 토지거래허가제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스스로 채운 족쇄의 무게를 지금 시장 참여자가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