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산모 응급실 뺑뺑이 여전
소방헬기 타고 150㎞ 가 출산도
정읍·사천 등 중증분만 대응 불가
조산 위험이 있는 산모가 병원 수십 곳에서 수용을 거절당하고 수백㎞를 이동해 출산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계속되고 있다. 지역별 중증 분만 인프라 격차와 전문인력 부족으로 고위험 산모·신생아 응급의료체계의 공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경기 안성에서 임신 35주차 산모가 양수가 흐른다며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는 조산과 태아 감염 위험을 우려해 병원 25곳에 수용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산모는 소방헬기를 타고 150㎞가량 떨어진 전북 전주 예수병원으로 이송돼 출산했다.
고위험 산모가 인근에서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해 초장거리 이송 상황을 겪는가 하면, 태아가 숨지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추석인 지난달 25일에도 부산에서 임신 29주차 산모가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하자 약 250㎞를 이동해 예수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지난 5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임신 29주차 산모가 태아 심박수 저하로 전원을 요청했지만, 충청권 병원들이 수용하지 못해 산모는 헬기로 부산 동아대병원에 이송됐으나 태아는 끝내 숨졌다.
신규 전문의가 줄어들면서 고위험 분만·신생아 의료체계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역에서는 중증 분만을 감당할 의료 인력이 부족해 의료 공백이 더 커지고 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중증 분만 자체 충족률은 정읍, 사천, 해남은 각각 0.9%에 머물렀다. 전국 평균(77.1%)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자체 충족률은 거주 진료권 내에서 출산한 중증 분만 산모의 비율이다. 신충식 예수병원장은 “응급상황에 처한 산모가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산모 및 신생아 응급의료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는 한국경제신문 사회부에서 사건·사고와 날씨, 사회 트렌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현상과 여론을 짚어보는 [진영기의 커뮤 레이더] 연재합니다. 일상에서 발견한 이상한 현상, 억울한 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카카오톡으로 직접 제보할 수 있습니다.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https://open.kakao.com/o/s4ryKX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