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초대형 기업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업종과 관계없이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에 세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애플, 구글 등 미국 빅테크는 물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삼성SDI 등 한국 기업도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유럽을 위한 기업 자원’(CORE·Corporate Resource for Europe) 과세안을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 CORE안은 EU에서 연간 1억유로(약 1499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에 일정액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EU 집행위는 매출 기준을 높이고 부담액을 조정해 초대형 기업에 과세를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U가 CORE 개편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가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일부 EU 회원국은 자국 내 플랫폼 기업 매출에 세금을 매기는 디지털서비스세를 시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들 세금이 미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며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이에 EU는 업종과 관계없이 일정 규모 이상의 초대형 기업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정 국가와 업종을 겨냥한 세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다. EU 관계자는 “미국을 자극하는 것을 싫어하는 일부 회원국이 순수한 형태의 디지털세 도입에 반대하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CORE 적용 기준으로는 EU 내 연간 매출 50억유로와 100억유로 등이 거론된다. 기준에 따라 한국 기업도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현지에서 삼성전자 독일법인은 매출 40억유로, 현대차 체코법인은 매출 65억유로를 기록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30억유로 안팎의 매출을 내고 있다.

EU가 새로운 세원 마련을 서두르는 이유는 공동 재정을 확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세금 도입을 위해서는 27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해 시행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