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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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해석 논쟁이 지하철 광고까지 번졌다.

7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접수된 '암살자(들)' 관련 민원은 총 639건이다. 대부분 지하철역에 게시된 영화 광고를 철거해달라는 요구였다. 이달 2일 하루에만 474건이 몰렸다. 전체의 74.2%에 해당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공사 고객센터 연락처와 민원 접수 화면을 공유하며 광고 철거 요구에 동참하도록 독려하는 게시물이 확산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광고 게시 기간은 지난달 30일 종료됐다. 역사를 순차적으로 돌며 광고물을 철거·교체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남아 있었고, 이를 본 이용자들의 민원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해당 민원은 영화에 대한 항의성 집단행동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보수 성향 단체들은 지난 4일 유해진의 자택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 주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배우의 사과를 요구했다. 6일에는 서울 종로구 버거킹 본사 앞에서도 집회를 열어 영화와 버거킹을 함께 겨냥한 불매 구호를 외쳤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건물 앞에서도 규탄 집회가 진행됐다.

온라인에서는 버거킹 제품 불매와 애플리케이션 탈퇴를 인증하거나 유해진의 모델 교체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영화의 역사적 해석에 관한 논쟁이 해당 작품의 제작·배급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광고주에게까지 옮겨간 것이다. 배우의 대중적 이미지를 제품과 연결해온 기업으로서는 모델의 출연작을 둘러싼 갈등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논란의 출발점은 실제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형사와 기자들이 사건의 이면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유해진이 형사, 박해일이 신문사 사회부장, 이민호가 신입 기자를 연기했다.

국민의힘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등은 극 중 제기되는 사건 배후에 관한 가설이 역사를 왜곡한다고 비판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제작사의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제작진은 반대로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확정하거나 영화 속 가설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한 작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허 감독도 지난달 30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을 지시했다는 전제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보부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시 관련 증언과 방송 자료 등을 참고해 극적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작품에 대한 논쟁은 배우의 일상과 공식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6일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의 요청을 받고 유해진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시작했다.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 시스템에 등록했으며, 자택 주변 순찰도 강화했다. 온라인 협박성 발언과 주거지 앞 집회 등으로 안전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유해진은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일정에 이어 7일 열린 제35회 부일영화상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부일영화상에서는 '암살자(들)'이 아닌 '왕과 사는 남자'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었다. 한 작품에서 시작된 갈등이 다른 작품과 관련한 활동까지 제약한 셈이다.

VAST엔터테인먼트는 사생활 침해와 신변 위협, 명예훼손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영화계는 역사적 해석에 대한 찬반과 창작자 개인을 향한 공격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지난 1일 성명에서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에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고, 서로 다른 관점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하거나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개별 창작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