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성북구에 있는 배우 유해진 씨 자택 앞에서 영화 ‘암살자(들)’ 상영 중단과 제작진, 배우의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성북구에 있는 배우 유해진 씨 자택 앞에서 영화 ‘암살자(들)’ 상영 중단과 제작진, 배우의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유통·외식업계로 번지고 있다. 정치권과 일부 단체에서 영화 내용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메가박스는 남은 굿즈 물량을 폐기하기로 했고, 주연 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기업에는 계약 해지 요구가 이어졌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화는 누적 관객 223만 명을 넘어섰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지난 2~4일 사흘간 41만2012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223만3963명을 기록했다.

논란은 영화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방식에서 시작됐다. 영화는 당시 광복절 경축식에서 육 여사가 문세광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사건을 소재로, 형사와 기자가 또 다른 저격범의 존재 여부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측의 사건 개입 가능성을 암시했다는 비판이 일부 정치권과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제작진은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더했을 뿐 결론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영화를 둘러싼 후폭풍은 유통업계로 번졌다. 주연 배우 유해진이 등장한 버거킹 광고에는 모델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댓글이 이어졌고, 결국 광고 영상의 댓글 기능이 제한됐다. 일부 보수단체는 지난 4일 유해진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버거킹과 키움증권 등에 계약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최근 유해진 출연 광고 캠페인을 종료했는데, 이는 논란과 무관하게 당초 예정된 일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극장 굿즈도 도마 위에 올랐다. 메가박스가 영화 개봉에 맞춰 내놓은 ‘오리지널 티켓’은 육 여사 피격 당시 기념식장 그림에 투명 소재를 겹치면 탄흔을 연상하게 하는 표시가 나타나는 디자인이다. 역사적 비극을 굿즈로 소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메가박스는 4일 잔여 물량을 폐기하기로 했다.

기업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정치·사회적 논란이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해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역사 문제처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서는 광고를 내리는 결정이 기업의 입장 표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