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설비로 공장 업그레이드
샤프트·주차기어 국내점유율 80%
로봇·방산 액추에이터 사업 진출
5일 찾아간 경북 경주지역의 대표적인 뿌리 기업인 한호산업. 약 1만 평 규모의 공장에 들어서니 벌겋게 달궈진 쇳덩이를 자르고 두드리는 공정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른바 ‘21세기 대장간’으로 불리는 단조 공장이다. 1200도로 가열된 도넛 모양의 쇳덩이가 회전하자 순식간에 지름이 커진 얇은 고리 형태로 바뀐다. 한호산업의 핵심 단조 기술인 ‘링 롤링(Ring Rolling)’ 공정이다. 강동한 대표는 “이곳에서 만들어진 단조품은 영천의 가공공장으로 옮겨져 표면이 매끈한 차량용 정밀부품으로 다듬어진다”며 “한호산업은 여느 단조 회사와 달리 정밀가공, 설계 역량까지 갖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도·내구성 뛰어난 단조품 생산
한호산업은 1999년 단조 전문회사로 출발했다. ‘두드려서 만든다’는 뜻의 단조는 주조, 열처리, 금형 등 국내 6대 뿌리산업 중 하나다. 대장간에서 무른 쇠를 두드려 모양을 만드는 성형 작업의 원리로 이뤄진다. 쇳물을 틀에 부어 모양을 만드는 주조와 달리 단조는 달궈진 금속을 강한 압력으로 누르고 두드려 원하는 형태의 제품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쇠의 내부 조직이 치밀해져 강도와 내구성이 개선된다.
경주공장에선 쇳덩이를 열간단조(1200도 가열)나 냉간단조(상온) 방식으로 압력을 가해 주로 차량용 제품을 생산한다. 생산 설비는 대부분 작업자의 손을 거칠 필요가 없는 스마트 공정으로 진행된다. 정부의 ‘지능형 뿌리 공정 시스템 구축 사업’을 통해 로봇팔 등 자동화 설비를 구축했다. 강 대표는 “작업환경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핵심 공정인 열간단조의 경우 불량률이 30% 이상 감소하고 생산성이 200% 이상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한호산업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건 2013년 영천에 가공 공장(한호에코스티)를 지으면서다. 경주공장에서 제작한 단조품을 정밀 가공해 부품 생산까지 수행했다. 강 대표는 “단조부터 마지막 마이크론 단위의 가공까지 한 회사가 책임지는 곳은 드물다”고 강조했다.
한호산업은 80여 종의 자동차 파워트레인 분야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중 샤프트나 주차 기어 등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최근 2세 경영자인 강명석 대표가 합류하면서 해외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현대·기아차, 포드,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ZF(독일), LINAMAR(캐나다) 등 글로벌 모듈 제조업체다. 올해 상반기엔 미국 GM의 1차 협력사로 등록했다. 한호산업과 한호에코스티를 합친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1750억원에 달한다.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54%를 차지한다.
◇“신사업으로 로봇·방산 분야 개척”
3년 전 경북 경산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마련한 한호산업은 다시 비상을 준비 중이다. 단조와 가공, 설계 역량을 모두 갖춰 조립공정까지 수행하는 게 다음 목표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와 공동으로 차량용 감속기 개발을 마쳤고, 로봇 관절 등의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도 개발하고 있다. 방산용 차량에 들어갈 감속기, 모터, 제어기를 통합한 구동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했다. 강 대표는 “설계 단계부터 단조, 가공, 조립까지 아우르는 일괄 생산 역량을 갖춰 자동차나 방산, 로봇 등 움직임이 있는 모든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