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은 핵미사일을 가졌기에 잘 지내야 할 상대이고, 한국은 청구서를 보낼 거래 상대다. 최근 드러난 한·미 관계의 불편한 구도다.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책임을 부인한 다음 날인 지난 3일 중거리 전략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만 15번째 도발이다. 이번에는 저고도 변칙 비행으로 한·미 요격망을 회피할 수 있도록 개발한 극초음속 계열 미사일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아주 잘 지낸다”며 “누군가가 핵미사일 112개를 갖고 있을 때는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했다. 북한의 상당한 핵능력을 전제하면서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이다. 미국이 북핵을 인정한 채 군축 협상으로 갈 경우 직접 위협에 놓이는 한국으로서는 당혹스러운 발언이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112개라면 잘 지낼 이유가 아니라 억제력을 강화할 근거가 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하루 전에는 백악관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과 관련해 한국이 합의하지 않으면 “더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들(한국)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도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노골적인 압박이다.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검토하기로 한 사업이지만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합의문에 없는 84억달러 규모 원유 회수 증진사업 투자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해도 동맹의 근간이 되는 안보와 통상 문제에서 간극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북한의 고도화된 핵 도발에는 김정은과의 관계를 앞세우면서 한국에는 경제적 부담을 더 요구하고 있다.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축이다. 북한이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핵 위협을 고도화하는 지금 한·미 간 안보 공조와 억제력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안보 공조는 겉돌고 경제적 요구만 계속된다면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북한 비핵화와 확장억제 원칙을 분명히 하고, 대미 투자는 상업성이 확보된 사업에만 참여한다는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정부 대미 전략도 이제는 더 치밀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