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조원 규모로 꾸리고 있는 미래대응기금의 재정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국회 지적이 나왔다. 국세 수입은 들쭉날쭉한데, 기금에서 나가는 각종 사업 지출은 계속·반복적이기 때문이다. 세수가 미래기금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나랏빚을 갚는 데 쓸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사업 아닌 재정 안정에 중점 둬야”

4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검토보고서’ 및 ‘미래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미래대응기금으로 중·장기적 국가 재정 운용의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미래기금은 내년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국세 세입예산에서 최근 10년간의 증가 추세를 반영한 기준액을 뺀 ‘추가 세수’를 핵심 재원으로 한다. 이 재원은 4대 분야인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계정에 분배돼 취업 지원,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등 각종 사업에 쓰이게 된다. 내년 사업지출 몫으로 잡힌 금액만 45조4000억원에 달한다.

국회 재경위는 “미래기금은 실제 내국세 징수 실적이 아니라 세입예산을 기준으로 재원을 산정한다”며 “하지만 법인세 등 세목은 경기 여건에 따라 변동폭이 크고, 실제 세수가 세입예산에 미달하면 기금 재원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기금 재원이 줄어든 뒤에도 사업 지출 수요가 유지된다면 일반회계 등 다른 재원으로 부담이 이전된다”며 “결국 재정 운용의 경직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미래기금이 세수 호조기에 확보한 재원을 직접 쓰기보다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을 때에 대비해 재원을 적립하는 재정 안정화 기능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회는 “아일랜드는 장기적인 세대 간 자산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미래아일랜드기금과 경기·재정 충격에 대응하는 인프라·기후·자연기금(ICNF)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사업 수행 기능은 축소하고 자금 적립의 성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원 대상 등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정부 개정안대로 미래기금 재원을 직접 사업에 투입한다면 그 지원 대상과 범위를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의 재량이 지나치게 넓으면 쌈짓돈처럼 사용될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국회는 “청년 계정의 경우 그 용도를 일자리, 주거 안정뿐 아니라 혼인, 출산, 문화까지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며 “단순히 청년 또는 청년 가구를 수혜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원하기보다 기존 재정수단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사업 등 별도의 재원 투입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업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장동력 계정에 대해서도 “지원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기존 예산 등에서 수행하던 사업이 미래기금으로 넘어가거나 중복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가채무를 상환할 재원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지금은 세금이 기존 예상치보다 더 걷히면 지방교부세 정산 등 결산에 앞서 국채 상환에 우선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기금이 설치되면 결산에 앞서 국채를 갚는 동시에 일부 세수를 기금에도 보내야 한다. 국회는 특히 “정부 개정안은 세수를 미래기금에 전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규모에는 별도의 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