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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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주주가 소송에서 회사 내부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3차례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문화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가 회사 안에 있어 주주가 소송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AI 금융·경제추진단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제도개선: 공시와 디스커버리' 토론회에서 "오늘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 추진단 의원들과 협의해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올가을 정기국회에서 병합 심사해 실효성 있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는 소송 당사자가 재판 전에 상대방이 가진 증거를 서로 공개하는 미국식 제도다. 국회에는 관련 민사소송법 개정안 4~5건이 올라와 있다. 증언녹취제를 도입하는 정준호 의원안과 문서 제출을 거부하면 패소 판결 등 불이익을 주는 박주민 의원안이 대표적이다.

이 단장은 "디스커버리와 공시 강화는 상법 세 차례 개정 이후의 과제이자 개정 상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이런 것들이 없으면 상법 개정은 원칙을 밝힌 것에 불과할 수 있다"고 했다.

현행 민사소송은 주주에게 불리한 구조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입증해야 할 책임은 원고한테 있는데 실제 증거는 피고한테 있다"며 "투자자처럼 약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소송을 내도 제대로 구제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런 구조 탓에 주주가 이사 책임을 묻는 대표소송은 사실상 멈춰 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대표소송이 연평균 6건으로, 2025년 한 해에만 47건이 제기된 일본에 크게 못 미친다고 했다. 그는 "소액주주는 디스커버리 없이는 (대표소송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대표소송 제도만 설계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디스커버리가 반드시 같이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제도를 들여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조계는 제재 수단이 함께 있어야 제도가 굴러간다고 강조했다. 현정헌 법원행정처 판사는 "디스커버리와 관련해 딱 한 가지만 말해야 한다면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함께 도입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제재 수단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금 문서제출명령 제도와 비슷하게 잘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분쟁을 예로 들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020년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했다며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 변호사는 "이행을 안 하면 위반자에게 아예 패소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권한까지 있다"며 "굉장히 강력한 제재 수단"이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공시 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윤도현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사무관은 허위·과장 공시에 대한 제재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거래소 제재금이라든지 법정공시 과징금 수준도 살펴보고 있다"며 "자본비용과 예상수익률 등 경영판단 관련 정보도 기존 공시로 충분히 커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살펴보겠다"고 했다.

상장사 측은 보완책을 전제로 디스커버리 도입에 찬성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소송 남용이나 영업비밀 노출을 막을 장치가 마련된다면 디스커버리가 소액주주 보호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준비하지 않으면 자본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이건 해도 되고 이건 안 해도 된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면 기업들은 언제든 따라갈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