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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담합 과징금 2조…'장바구니 카르텔' 제재 실효성 논란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6년 9월까지 부당공동행위로 제재받은 식품업체는 61개로 집계됐다. 이들 업체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2조1911억원이다.
적발 분야도 넓어졌다. 2017년 군 장병 급식용 가공식품을 비롯해 2021~2022년 축산물과 빙과류 등에서 담합이 제재됐고, 올해에는 설탕·밀가루·전분당 등 기초 식품 소재에서 대규모 담합이 적발됐다. 올해 부과된 과징금만 1조8177억원으로 최근 10년간 전체 부과액의 약 83%를 차지했다.
올해 적발된 5건의 관련 매출액은 14조9866억원이었다. 전분·전분당 담합 관련 매출액이 6조524억원, 밀가루가 5조6899억원, 설탕이 3조19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부과된 과징금은 각각 7476억원, 6710억원, 3960억원이었다. 다만 관련 매출액은 담합으로 발생한 이익이나 소비자 피해액과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담합 행위와 관련된 상품·용역의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된 금액인 만큼 이를 기업의 부당이득으로 직접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삼양사 4354억원 최다…상위 10곳에 84.8%
기업별 과징금 규모에서는 삼양사가 4354억원으로 가장 컸다. 삼양사는 올해 제재된 설탕·밀가루·전분당 담합에 모두 포함됐다. CJ제일제당이 3730억원, 대상이 234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과징금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부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4.8%에 달했다.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은 제과·제빵과 음료, 외식 등 여러 식품산업에서 원재료로 사용된다. 원재료 단계에서 경쟁이 제한되면 해당 소재를 구매하는 식품 제조사와 외식업체의 조달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최종 소비재 중심의 담합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원당과 소맥, 옥수수 등 일부 수입 원재료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온 상황에서 기초 소재 시장의 경쟁 문제까지 불거졌다는 점도 향후 정책 논의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원재료 수입비용을 낮추는 정책과 별개로 국내 가공·유통 단계에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감면 6009억원·미수납 1조3373억원…과징금 실효성 쟁점
과징금 규모와 별개로 실제 제재 효과가 미흡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2017년 이후 부과액 가운데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 따라 감면된 금액은 6009억원으로 전체의 27.4%였다. 미수납액은 1조3373억원으로 전체 부과액의 61%였다.
다만 감면액과 미수납액은 성격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담합 참여 기업의 신고와 조사 협조를 유도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을 적발하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감면액 전체를 단순한 미징수액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징금이 확정된 뒤에도 실제 징수가 장기간 늦어진다면 제재의 즉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수납액 가운데 행정소송 제기와 집행정지 신청 등으로 징수가 유예된 금액은 3942억원이었다. 순수 체납액은 95억원으로 집계됐다. 행정소송이나 집행정지는 기업에 보장된 법적 불복 절차인 만큼 이를 체납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다만 대규모 과징금 처분과 실제 납부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경우 담합 억제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의도 예상된다. 윤 의원은 "고물가 고통 속에서 대형 식품기업들이 짬짜미로 부당 폭리를 취했다"며 "담합 주도 기업에 대한 자진신고자 감면 적용 배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 강화 등 강력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