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직장인과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지고 있다. 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만으로는 복잡해진 시장과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현장 경험을 체계화하고 재무·전략·마케팅 등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시야가 중요해진 이유다. 실무 경험에 체계적인 경영 지식을 더하기 위해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찾는 직장인과 경영자도 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만난 MBA 재학생·졸업생 5명은 MBA를 통해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판단을 경영 이론과 데이터에 기반해 체계화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개별 업무에 매몰되지 않고 시장과 조직을 폭넓게 이해하며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는 역량도 키웠다. 다양한 산업에서 경험을 쌓은 원우들과의 교류는 익숙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연구개발(R&D), 스마트시티·모빌리티, 프랜차이즈, 창업, 사회공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MBA를 선택한 5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MBA 통해 시장 폭넓게 이해…문제 원인 짚는 역량 키웠다"
▷MBA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송권우(건국대 MBA 재학)=“줄기세포 유래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에서 연구개발팀장으로 일하다 현재는 경영전략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해하면서 경영과 투자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전략과 회계, 재무, 마케팅 등 경영 영역을 챙길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기술을 아는 사람이 자본과 시장의 언어까지 갖추면 연구와 사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MBA에 진학했습니다.”

▷조민지(고려대 MBA 재학)=“현대자동차그룹에서 글로벌 스마트시티·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하며 시장과 산업을 거시적으로 보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현업에서 쌓은 경험에 재무·조직·경영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더하고 리더십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산업의 리더들과 실제 경영 이슈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도 MBA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원일호(세종대 MBA 졸업)=“돈가스 프랜차이즈 긴자료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맹점이 100개를 넘어서면서 경험과 ‘감’에 의존한 경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근거와 시스템에 기반한 경영으로 발전하기 위해 MBA를 선택했습니다.”

▷곽범신(KAIST MBA 재학)=“원자력공학을 전공한 뒤 원전 수출, 조종사 과정, 드론·생활서비스 창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습니다. 해외 진출과 창업 등 여러 진로를 놓고 그동안 쌓은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습니다. 어느 길을 택하든 시장과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할 기준이 필요해 MBA에 진학했습니다.”

▷김진용(한양대 MBA 재학)=“비영리법인 함께일하는재단에서 대기업 파트너사들과 사회공헌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현장에서 요구되는 전문성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ESG 전문성과 실무 역량을 체계적으로 키울 필요성을 느껴 MBA에 진학했습니다.”

▷MBA에서 배운 내용이 업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습니까.

▷송권우=“전략을 보는 관점입니다. 예전에는 기술만 좋으면 사업도 성장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시장을 먼저 보고 회사의 방향을 정합니다. 재무제표도 단순한 결과 보고서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근거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조민지=“시장과 조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제조, 금융,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의 리더들과 경영 사례를 토론하며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원일호=“경영 판단의 기준이 한층 명확해졌습니다. 가맹사업법과 재무·회계, 마케팅, 조직관리 등을 배우며 매장 평가·재계약 기준을 세우고 계약서와 운영 규정도 정비했습니다. 매출뿐 아니라 순이익과 고정비를 따져 사업성을 분석하고, 전국 매장을 지표로 관리하는 체계도 강화했습니다.”

▷곽범신=“현상을 바라보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뾰족해졌습니다. 창업 아이템을 검토할 때도 ‘우리 제품을 쓰면 관리자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기존 방식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아지는가’를 끊임없이 묻게 됐습니다.”

▷김진용=“원우들의 다양한 현업 사례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됐습니다. 다양한 산업의 실무자·기업가와 교류하고 현장을 방문하며 이론과 실무를 함께 보는 시야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송권우=“생명과학만 공부해온 터라 회계 용어와 경영학적 사고방식이 낯설었습니다. 과학처럼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회사 업무와 시험·과제를 병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고민하던 문제의 해법을 수업에서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원일호=“회사 운영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본사와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수업과 과제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표가 일일이 관여하지 않아도 조직이 돌아가는 체계를 점검할 수 있었습니다.”

▷곽범신=“다양한 기회 가운데 무엇에 집중할지 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활동에 참여하려 했지만, 한 학기를 보내며 제 목표에 필요한 경험을 골라 깊이 파고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김진용=“일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열정적인 원우들과 함께 공부하며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MBA 진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요.

▷송권우=“배운 내용을 현업에 바로 적용할수록 MBA의 효과도 커집니다. 이공계나 연구직 출신이라 경영·회계가 낯설어도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저 역시 재무제표를 제대로 읽지 못한 상태에서 MBA를 시작했습니다.”

▷조민지=“MBA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리더로 성장할지 먼저 고민해보길 권합니다. 다양한 산업의 원우들과 토론하고 선후배의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도 적극 활용하길 권합니다. 서로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다 보면 혼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원일호=“단순히 학위 취득을 목표로 하기보다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질문’을 갖고 MBA에 오길 권합니다. 저는 ‘감이 아닌 근거로 경영하고 싶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배운 이론과 다른 기업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자신의 사업에 맞는지 직접 검증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곽범신=“MBA를 통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스스로 명확히 해보길 권합니다. 해외 진출, 창업, 진로 전환 등 목적에 따라 MBA에서 얻어야 할 것도 달라집니다. MBA에서 풀고 싶은 질문 하나쯤은 갖고 진학하길 권합니다. 무엇이든 결심했다면 쉼 없이 움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진용=“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성장의 한계를 느끼거나 미래를 고민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MBA에서는 다양한 산업과 직급의 사람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원우들의 현업 경험을 공유하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저도 진학을 결정하기까지 3년을 고민했지만, 학업은 물론 네트워킹 측면에서도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