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태양광 등 호남권 재생에너지의 전력망 신규 접속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전력망 포화 문제로 신규 송전선로가 완공되는 2034년까지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신규 진입을 막았는데, 전력망 시스템을 유연하게 운영해 조기에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를 맞추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망 접속과 전기 판매 우선권을 준다는 구상이어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호남·충청 재생에너지 빗장 푼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다음달 1일자로 호남과 충청권 일부의 계통관리변전소 지정을 해제한다”고 29일 밝혔다. 계통관리변전소는 전력망이 포화된 지역에서 신규 발전소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다. 이 지역 변전소는 2024년 지정됐다. 이번 조치로 호남권의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곧바로 전기를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수용하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내놨다. 2030년까지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달거나 출력을 조절하는 등 물리적 전력망 증설 없이 버티는 ‘비증설 대안’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2031년부터 송배전선로가 단계적으로 완공되면 발전사업 착공률을 따져 망을 배분할 계획이다.
막혔던 호남 재생에너지 송전 '숨통' 틔운다
전선과 변전소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접속 기준을 완화하는 ‘유연접속’ 제도도 도입한다. 일반 배전선로의 접속 한도를 14메가와트(㎿)에서 16㎿로, 변전소 한도는 50㎿에서 60㎿로 상향한다. 이렇게 하면 선로를 새로 깔지 않고도 호남에서만 원전 2.5기 분량인 2.6GW의 태양광을 곧바로 추가 연결할 수 있다. 대신 전력망 용량이 한계에 달하면 발전기 가동을 잠시 멈추도록(출력제어) 하는 조건이 붙는다.

함께 추진되는 ‘자율접속’은 발전사업자가 스스로 ESS를 갖춰 선로 용량을 넘기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신규 진입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또 한정된 전력망 접속권을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개편과 연계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인하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 고정가격계약 입찰에서 더 낮은 발전단가 등을 제시해 낙찰된 사업자 위주로 망 접속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LNG·석탄업계엔 날벼락

문제는 비용이다. 송전선로를 새로 깔지 않는 대신 전력망 과부하를 막고 넘치는 전력을 받아낼 ESS를 대거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2030년까지 최소 5GW 규모의 ESS를 확충해야 한다”며 “설비 구축에 국비와 지방비, 한국전력 자금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ESS를 5GW 구축하는 데 8조원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재정 부담과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존에 가동 중인 화석연료 발전소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계통 유지를 위해 24시간 켜둬야 하는 ‘필수 발전기’를 제외한 일반 석탄·LNG 발전기 20GW는 전력 생산·판매 순서에서 꼴찌로 밀려나서다. 화력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기를 강제로 껐다 켜는 일이 빈번해지면 설비 수명이 단축되고 가동률이 급락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로 석탄발전소가 조기 폐쇄되면 경제적 손실이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는 국회기후변화포럼이 30일 개최하는 ‘탈석탄 토론회’에서 발표할 발제문에서 “석탄발전소 21기의 좌초자산 손실이 최대 19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