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공동개발 계약에서 특허를 공동으로 소유하기로 합의하면 성과 배분에 관한 논의가 마무리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더라도 각 기업의 활용 방식과 필요한 동의 절차는 다를 수 있다. 기업은 “특허를 얼마나 보유하는가”와 함께 “어떤 기술을 공유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항원 기술을 보유한 A사와 전달체 기술을 보유한 B사가 백신을 공동 개발한다고 가정해 보자. 두 회사는 연구에서 도출된 백신 조성물 발명에 관한 특허를 각각 50%씩 보유하기로 했다. A사는 개발 성과를 제약회사에 기술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B사는 자체 생산역량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판매하려 한다.
두 회사의 특허 지분은 같지만, 특허를 활용하려는 방식은 다르다. 이 같은 차이는 공동특허의 활용 조건을 정할 때부터 반영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백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신약 후보물질과 약물전달 기술의 결합, 진단기술과 분석 소프트웨어의 공동개발 등 서로 다른 기업의 기술을 결합하는 바이오헬스케어 공동연구에서도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공동 소유의 대상부터 구분해야 한다

먼저 확인할 사항은 공동 소유할 기술의 범위다. 각 기업이 공동연구에 제공하는 기존 지식재산(background IP)과 연구 수행으로 새로 발생하는 지식재산(foreground IP)을 구분해야 한다. 특히 기존 기술의 개량발명이 어느 범위에 포함되고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는 계약에서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공동연구 기간에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발명을 동일하게 취급하면, 다른 제품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의 귀속까지 불명확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구 중 B사의 전달체 기술이 개선됐다면, 그것이 특정 항원과의 조합에 관한 개선인지 여러 백신에 적용할 수 있는 전달체 자체의 개선인지에 따라 귀속이 달라지므로, 계약에서 정한 연구성과의 범위와 귀속 기준에 비춰 검토해야 한다. 기업 간 지분 합의와 별개로 실제 발명자를 확인하고 기업이 권리를 적법하게 승계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공유이면 공유자 전원이 공동으로 출원해야 하며, 한쪽이 단독으로 출원해 등록받은 경우 다른 공유자는 자기 지분의 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

공동성과를 소유한다고 해서 상대방의 기존 기술을 사용할 권리까지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공동 개발한 백신을 생산하려면 A사의 기존 항원 특허나 B사의 전달체 특허를 함께 실시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존 기술을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지, 생산·판매에도 사용할 수 있는지, 제3자에게 기술이전할 때 함께 제공할 수 있는지를 정해야 한다.

같은 지분이라도 활용에 필요한 조건은 다르다

특허법은 공유자의 자체 실시와 제3자에 대한 실시허락을 구분한다. 각 공유자는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특허발명을 자신이 실시할 수 있다. 반면 제3자에게 실시권을 허락하거나 자신의 지분을 양도하려면 다른 공유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