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과 손잡고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의약품 판매에 더해 웨어러블 기기와 디지털치료기기(DTx), 인공지능(AI) 서비스로 환자의 치료와 건강관리 전 과정에 참여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 수면 관리부터 모니터링까지

한독은 최근 스타트업 에이슬립과 디지털 수면 기록 의료기기 ‘크로노트랙’의 국내 유통·판매 계약을 맺었다. 크로노트랙은 별도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수면 중 호흡과 뒤척임 소리를 수집해 AI로 분석한다. 한독은 2021년부터 웰트와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슬립큐’도 사업화하고 있다. 슬립큐는 불면증 치료에 쓰이는 인지행동치료(CBT-I)를 앱으로 구현한 처방형 기기다. 종근당 또한 슬립테크에 뛰어들었다. 수면기술기업 에이슬립의 수면무호흡증 디지털 진단보조기기 ‘앱노트랙’의 국내 공동 판매에 나섰다.
약만 팔던 제약사, 이젠 헬스케어 경쟁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시를 준비 중인 한미약품은 스타트업 베이글랩스와 비만 디지털융합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베이글랩스의 운동 중재 기술을 결합한다. 약물 치료와 함께 운동 등 생활습관 관리를 지원해 체중 감량 효과를 오래 유지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대웅제약은 2020년부터 의료기기·AI 기업 씨어스테크놀로지와 협력하고 있다. 패치형 심전도기 ‘모비케어’ 판매 대행으로 시작해 AI 심전도 건강검진과 스마트병상 모니터링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4월에는 씨어스테크놀로지, ACK와 스마트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의 병원 내 확산과 전자의무기록(EMR) 연동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도 환자 모니터링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스타트업 휴이노의 장기 심전도 모니터링 시스템 ‘메모패치’에 이어 AI 기반 원내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메모큐’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의학박사들이 창업한 메쥬의 심전도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 ‘하이카디’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 영업망 강점 활용해 시장 확대

제약사들은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진단·치료부터 환자 모니터링과 일상 관리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도 제약사의 영업망을 통해 제품을 더 많은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은 센서와 소프트웨어, AI 분석 기술을 갖췄지만 병원 영업과 의료진 교육, 유통·사후관리 조직이 부족하다. 제약사는 병·의원 영업망을 활용해 디지털헬스케어 제품의 도입을 돕고, 디지털 서비스를 기존 의약품 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만성질환과 비만, 불면증, 심혈관질환은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것만으로 치료 효과를 충분히 내기 어렵다”며 “환자의 복약 여부와 식사·운동·수면 습관을 살피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과정이 치료 성과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