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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스타트업 33곳 '코리아 클라이밋 테크 서밋'
암모니아 발전, AI 메모리, 바나듐 배터리 등 주목
투자자들 “고객 수익, 양산 능력으로 입증해야”
한미 스타트업 33곳 '코리아 클라이밋 테크 서밋'
암모니아 발전, AI 메모리, 바나듐 배터리 등 주목
투자자들 “고객 수익, 양산 능력으로 입증해야”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에 있는 매디슨스퀘어가든 인근 펜2 빌딩에서 열린 '2026 코리아 클라이밋 테크 서밋'에서 AI 시대의 전력·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기술이 공개됐다. 올해로 2회째인 이행사는 에너지, 물, 소재, 로봇, 순환경제 등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신기술을 널리 알리고 투자자와 연결을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의 기후테크 기업 33곳과 뉴욕에너지청 관계자, 현지 벤처캐피털, 엑셀러레이터 등 투자자가 참석했다. 정수진 위트니스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스 대표는 “인류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기후 솔루션을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명분보다 실리 중요해지는 기후 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관계자들은 글로벌 기후테크 시장의 변화 움직임에 대해 스타트업에 조언했다. 탄소 감축이란 명분만으론 스타트업이 투자와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기후테크 스타트업 전문 인큐베이터인 클라이밋헤이븐의 사티시 라오 이사는 "몇 년 전에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사명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이 많았다"며 "지금은 인프라와 기후 적응 등 현실의 경제 문제에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로이 토버트 서드디리버티브 프로그램 책임자는 “최근 스타트업들은 지속가능성의 이점보다 기업의 핵심 문제를 해결한다고 설명한다”며 “에너지와 원료에 접근하지 못하는 기업의 공급망 위험을 줄이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딥테크, 바이오테크 투자 중심 벤처캐피털 SOSV의 수전 쇼퍼 파트너는 최근 투자 트렌드를 '회복력'으로 요약했다. 그는 "에너지·제조·첨단 컴퓨팅이 산업 자립과 회복력이라는 주제로 수렴하고 있다"며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화학물질을 바꾸는 기술보다 제조공정을 효율화하고 원료 선택의 유연성을 높이는 기술에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친환경 기술에 관심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분야는 AI 데이터센터였다. 최근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발전설비와 냉각장치, 고효율 반도체, 에너지저장장치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날 사업 설명에 나선 스타트업은 첨단 기술과 대기업과의 협업 성과를 공개했다.암모니아 발전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아모지는 암모니아를 수소로 분해한 뒤 연료전지나 엔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2027년부터 미국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과 협력해 한국에도 두 번째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조달한 자금은 약 3억2000만달러다.
우성훈 아모지 대표는 "미국의 재산업화를 믿지만 스타트업의 시간표에 맞춰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며 "2년 전부터 한국에 진출해 제조 기반을 구축하고 세계적 제조 생태계와 숙련 인력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스터빈 설치에는 5년이 걸리지만 모듈형 발전시스템은 6개월 안에 배치할 수 있다"며 "무탄소 기저전력과 출력 조정 능력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터넬은 TSMC의 28나노미터(㎚, 1㎚=10억분의 1m ) 공정을 활용한 시제품의 집적도가 기존 SRAM보다 30% 이상 높고 접근 에너지는 절반 이하라고 밝혔다. 차기 목표는 4나노 공정 기반 AI 가속기용 메모리다. 터넬 관계자는 "에너지 소비가 아니라 지능을 확장해야한다"며 "에너지 효율적인 AI를 위한 온칩 메모리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급증하는 서버 전력, 고효율 배터리로 대응
스탠다드에너지는 AI 서버와 전기차 급속충전기의 순간적인 전력 변동에 대응하는 바나듐이온 배터리를 선보였다. 물 기반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위험을 낮췄고 반복적인 고출력 충·방전에 적합하게 설계했다.서울의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는 전력망이 약 120㎾만 공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충전기가 요구한 190㎾ 중 부족한 70㎾를 스탠다드에너지의 바나듐이온 배터리가 보충했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의 실증에서는 배터리가 서버의 급격한 전력 변화를 흡수해 전력망 부하를 안정시켰다.
회사 측은 셀이 최대 10만회 충·방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극한의 고출력 조건에서 1만2000회 작동한 뒤에도 초기 용량의 99% 이상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제조 현장을 겨냥한 로봇도 등장했다. 디든로보틱스는 자석발로 선박 벽과 천장을 이동하며 용접하는 사족보행 로봇을 공개했다. 밀폐공간과 고소 작업이 많아 기존 자동화 설비를 투입하기 어려운 조선소를 겨냥했다.
현재 한국 주요 조선사와 유럽 조선사에 로봇이 공급됐다. 사람의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에 맞춰 조선소 공정 자체를 재설계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고객이 얼마 버는지 보여줘야"
이날 행사에서 대기업, 벤처캐피털 등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탄소 감축 효과와 함께 고객의 경제적 이익을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등 실질적인 조언을 내놨다. 물 전문 투자사 에코리버캐피털의 피터 욜스 창업자는 "대부분의 투자자료에 빠진 슬라이드는 고객의 투자수익률 계산"이라며 "창업자가 고객의 사업을 고객보다 잘 이해하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했을 때 고객이 얻는 경제적 가치를 간단한 계산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기술 실증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파일럿의 함정'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스테프 존스 뉴욕대 탠던스쿨 어번퓨처랩 프로그램 매니저는 "성공적인 파일럿이 실제 구매자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산을 가진 주체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주체, 문제를 가장 크게 겪는 주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만다 라운즈베리 자일럼 이노베이션랩스 초기기술전략 담당은 '협업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창업자는 자신감을 갖고 기술을 설명해야 하지만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지도 인정해야 한다"며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함께 일하기 쉬운 팀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욜스 창업자는 기존 기업의 판매망과 신뢰 관계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신뢰가 쌓이는 속도로 움직인다"며 "최종 고객과 신뢰 관계를 가진 파트너를 찾아 유통망을 통해 여러 고객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투자자들은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韓 제조업, 美 스타트업 시너지
이번 행사에선 미국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제조·양산 능력을 연결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김용현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는 한국이 세계 기후테크 생태계에 제공할 가치로 검증된 대량생산 능력과 빠른 실행력을 꼽았다. 연구·인력·벤처투자 생태계의 시너지도 강점으로 제시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변압기와 스위치기어 등 데이터센터 장비에서도 한국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김 대표는 "미국 스타트업이나 투자자라면 가치사슬 안에서 협력할 한국 기업이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며 "전략적 통합과 성장을 더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