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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포칼립스 끝이 보인다"…월가, 소프트웨어주 다시 담는 이유 [딥씨]
BNPP가 주목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변화
"올해 말 또는 내년초 AI 승자-패자 나뉠 것"
"올해 말 또는 내년초 AI 승자-패자 나뉠 것"
"이번 기술주 급반등은 AI 트레이드가 사실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카일 로다, 캐피털닷컴 선임 애널리스트)
지난 주말까지 시장을 짓누르던 'AI 절멸론'이 하루 만에 뒤집혔습니다. 메타의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가 이달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무료 앱 1위에 오르자, 21일(현지시간) 메타 주가는 하루 만에 11%,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3% 급등하며 지난 8월 4일 이후 최대 하루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반전을 만든 메타는 지금까지 1,410억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붓고도 에이전틱 AI 경쟁에서 소외돼 왔던 회사입니다. 그런 메타가 지난주 내놓은 뮤즈는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출시 엿새 만에 다운로드 90만 건을 기록했고, 하루 이용자 증가 속도는 챗GPT 초기를 따라잡았습니다.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규모의 투자가 최근 3~4년 사이 집중되면서, 경계(버블론)를 넘어 공포로까지 번져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메타가 보여준 것처럼 정작 시장이 기다려온 것은 이런 공포를 덮어줄 이익의 회수, 수익화였던 셈이죠.
도이체방크가 구글 트렌드를 집계해보니 2월의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 SaaS+대멸종)라던가, 5월 '일자리 종말', 이달 불거진 '인류 절멸' 같은 검색어는 결과적으로 'AI 버블' 검색량을 넘지 못하는 선에서 회자되는 데 그쳤습니다. 공포는 말 그대로 공포일 뿐, 시장은 지금까지 인프라 구축의 손익계산에 더 집중해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술주,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시점이지만, BNP파리바 등 월가는 종말 시나리오 대신 더 나은 투자 기회가 다가왔다는 역발상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증시 이슈를 깊이 따져보는 [딥씨], 오늘은 사스포칼립스 공포에 눌렸던 소프트웨어가 왜 다시 월가의 매수 리스트에 오르는지 짚어봤습니다.
◆ AI가 장악해도 살아남을 기업들…팔로알토 '2배' vs 인튜이트 '반토막'
지난 8월 이후 거센 기술주 조정 속에서 소프트웨어 업종은 혹독한 생존 게임을 치러왔습니다. 업종 내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을 것만 같지만, 우려와 달리 업종 대표 상장지수펀드인 아이셰어즈 확장 기술·소프트웨어 섹터 ETF(IGV)는 올 들어 4.39% 올라 상반기 낙폭을 모두 만회했습니다. 6월 저점부터 따지면 약 30% 반등입니다.
현지시간 21일 종가 기준 팔로알토네트웍스는 연초 대비 107%, 데이터독은 83%, 스노우플레이크는 56% 올랐습니다. 반면 향후 수익 전망치에서 실망을 안겼던 인튜이트는 51%, 허브스팟은 44%, 어도비는 31%, 오토데스크는 24% 하락해 같은 업종 안에서 연간 수익률 격차가 150%포인트를 넘습니다.
BNP파리바는 16일(현지시간) 낸 '사스포칼립스는 끝났나, 잠시 멈췄나'라는 제목의 98쪽짜리 보고서에서 주요 기업의 AI 솔루션 매출이 10억달러대에 도달해 살아남을 기업과 뒤처질 기업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평가는 후합니다. 서비스나우에 대해 니덤은 지난 11일 목표가를 115달러에서 155달러로 35% 높였고, 스노우플레이크는 지난 분기 실적 발표 이후 모건스탠리가 목표가를 57% 상향한 470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월가의 목표가 상향 대열에 합류한 서비스나우의 AI 연간계약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 3,700억 원)를 넘어섰고, 다소 주춤하던 세일즈포스의 AI 에이전트 '에이전트포스'는 연간반복매출(ARR) 15억 달러(약 2조 600 억원)를 돌파하는가 하면 아예 앤스로픽과의 협력 확대로 생존 경로를 넓히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1위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상반기 누적 약 798억달러 매출로 32.7% 늘어 직전 2년 평균(19.0%)을 크게 웃돌았고, 2분기만 놓고 보면 18개 분기 만에 최대인 약 37% 성장했습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AI 매출 런레이트가 250억달러를 넘어 전년 대비 세 자릿수 비율로 성장하고 있다"고 자신할 정도로 업계 1위의 덩치가 무색한 속도로 질주하고 있죠.
그동안 시장이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애저 서비스 확장이 예상을 넘어섰고, AI 비서 코파일럿 유료 구독은 3,000만 개를 돌파하는 등 성장과 구독의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이퍼스케이러 가운데 부채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지목되어온 오라클은 추가적인 빚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면서 급한 불을 진화한 상태입니다.
연초보다 위험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월가 증권사의 평가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우려스러운 점이 하나 있죠. 바로 현실이 된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입니다.
통상 소프트웨어는 이익의 무게 중심이 먼 미래에 있는 대표적 자산이라, 금리 상승기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장 큰 업종으로 꼽힙니다. 그럼에도 올들어 가파르게 진행된 수급, AI 투자 지형의 변화로 저평가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만 합니다.
밸류에이션으로 따져보면 지난해 1월 48배였던 범용 SaaS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AI 공포가 번진 올 6월 15배까지 밀렸다가 현재 23배를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BNP파리바의 AI공포 인덱스 차트 끝자락이 보여주듯, 지금의 반등은 '미완성'. 밸류에이션은 최근 2년 중앙값(32배)을 30%가량 밑도는 수준입니다.
다행인건 이렇게 취약한 시점에서 수급상으로는 더 덜어낼 물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 BNP파리바의 진단입니다. 이달 집계 기준 소프트웨어를 비중확대로 보유한 펀드 비율은 미국이 57%로 역사적 중앙값을 밑돌고, 유럽계 펀드내 소프트웨어 비중은 41%로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물론 모든 소프트웨어 종목이 다 저평가에 진입한 것은 아닙니다. BNP파리바는 보고서에서 산업 특화 소프트웨어, 그것도 설계 시뮬레이션 등 엔지니어링 제품을 공급해온 기업들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경고합니다.
오픈AI가 이달 공개한 GPT-6 아스트라 론칭 영상을 보면 로켓 스케치를 3차원 모델로 바꿔 3D프린터로 보내는 과정이 담겨있기도 하고, 중국 문샷 역시 키미(Kimi) K3를 통해 190개 객실 호텔의 기계·전기·배관 모델링을 자동화하기도 했죠.
이들 기업은 인간의 검증 과정이 필요하고, 기술적 구현의 어려움으로 높은 해자를 지켜왔지만 BNP파리바는 이미 주가 하락을 겪은 일반 대중 소프트웨어 기업들처럼 "무차별적인 위험 회피와 멀티플 압축을 겪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미중 회담·앤스로픽 상장 남아있는 굴곡…소프트웨어 부활 시나리오 이어질까
BNP파리바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멸종'하기보다는 올해 말까지 주가 재평가 받은 뒤, 수익 회복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최근 반등분을 반납하며 내년 1분기 이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을 높게 예상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적 주가가 저점은 탈출했음에도 이러한 시장의 신뢰를 확인하기까진 완전한 강세는 이르다는 진단도 붙어 있죠. 관건은 이제 막 개화한 에이전틱 AI 제품, 그리고 이 서비스와 경쟁할 기업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채택되어 서로 매출을 의미있게 지켜내는지, 성장률은 예전 수준 이상인지가 핵심이 되겠죠.
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AI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한풀 누그러진 점도 이들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을 전망입니다. 이번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희토류·AI를 논의할 예정이죠. 두 나라는 지난 주말 뉴욕 협상에서 AI의 혜택과 위협에 대한 공동 이해를 넓히기 위한 '미·중 AI 대화' 채널을 신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좋은 실적을 내고도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어도비, 인튜이트 등이 프런티어 랩과 다른 생존 방식을 제시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블랙록의 대표 상장지수펀드인 IGV기준 110개 종목, 과연 이 가운데 멸종의 공포를 지나 살아남을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어느 곳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