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지않는 산재 사고 > 올 상반기 건설업을 제외한 전체 업종 중 제조업 등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 사망자(271명)가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2024년 경기 화성시의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   /한경DB
< 줄지않는 산재 사고 > 올 상반기 건설업을 제외한 전체 업종 중 제조업 등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 사망자(271명)가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2024년 경기 화성시의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 /한경DB
정부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위험성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온갖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산재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기가 위축된 건설업을 제외하면 사망 사고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사업주 규제·처벌 강화보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사고를 줄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 사고 사망자 7년 만의 최대

'불황' 건설업 뺐더니…산재 사망 되레 늘었다
23일 고용노동부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업종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사고 사망자는 40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9명)보다 40명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착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작년 상반기 189명에서 올해 상반기 138명으로 51명 급감했지만, 건설업을 제외한 사고 사망자는 2023년 221명, 2024년 233명, 2025년 260명에서 올해 271명으로 3년 연속 순증했다. 정부가 재해 예방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펼친 제조업에서도 올해 상반기에만 103명이 사고로 숨져, 108명이 사망한 2019년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산업안전 분야 전문 공인노무사는 “최근 건설 경기 침체로 공사 물량과 현장 작업이 위축돼 사고에 노출되는 노동자와 작업 자체가 감소했다”고 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2022년 5월 218만 명에서 올해 5월 192만 명으로 4년 새 26만 명(11.9%) 급감했다. 김 의원은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일시적 통계 착시를 두고 정부가 성급히 성과를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며 “처벌 위주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인증 받았는데…10곳 중 1곳 산재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 수단으로 내세운 위험성 평가도 한계를 드러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위험성 평가 인정을 받은 사업장 1만4109곳 중 1422곳(10.1%)에서 사고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성 평가 인정은 사업장이 스스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 개선하는 등 산업재해 예방 활동을 펼치면 정부가 이를 심사해 인정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5년간 인정 사업장 1만5927곳을 대상으로 산재 보험료 총 769억5200만원을 깎아주는 혜택도 부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위험성 평가 인정 사업장의 사고재해율(근로자 100명당 사고 재해 근로자 비율)은 0.45%에 달했다. 100인 미만 전체 사업장의 사고재해율(0.47%)과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올 들어 6월까지 인정 사업장의 사고재해율이 0.34%로, 100인 미만 전체 사업장(0.27%)보다 0.07%포인트 높았다.

위험성 평가 인정을 받은 뒤 사고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2021년 986곳에서 지난해 1422곳으로 5년 새 436곳(44.2%) 증가했다. 산업안전업계 관계자는 “위험성 평가가 위험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가 터졌을 때 처벌을 면하기 위한 ‘사법적 방어 서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로 고령·외국인 노동자 증가와 숙련 인력 부족, 안전관리 역량이 취약한 중소사업장 중심의 산업 구조를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 기준을 높이거나 안전관리 전문인력 채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규제 강화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생산인력 확보조차 어려운 사업장마다 안전관리자를 추가로 채용하도록 하면 부담만 커진다”며 “산업 단지나 업종 단위의 공동 안전관리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전관리 수칙을 지키지 않는 근로자에게 사업주가 실효성 있는 제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