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서 봤어요' 외국인 몰리는 곳이…'대박' 터졌다
“서울 익선동의 한옥 골목, 서민적인 분위기의 종로3가 포장마차 거리, 수백 년 역사의 종묘 돌담길을 따라 이어진 공방들이 독창적인 로컬 문화를 만들었다.”

영국 여행 전문 매체 타임아웃은 최근 종로3가를 ‘올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1위로 선정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새로 지은 화려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오래된 골목길에 한옥과 포장마차, 공방 등이 뒤섞인 ‘시간이 쌓인 풍경’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한국인의 일상과 생활 흔적이 켜켜이 스며든 공간, K골목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K골목에 빠진 이들

그래픽=양진경 기자
그래픽=양진경 기자
지난 22일 종로3가역 4번 출구 인근 골목.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자 골목 곳곳에 빨간 플라스틱 의자와 파란 테이블이 놓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퇴근한 직장인과 화려하게 꾸민 MZ세대 등이 자리를 채웠다. 떡볶이와 라면, 해산물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 사이로 한국의 ‘야장’(야외 좌석) 문화를 체험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 한 포장마차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던 뉴질랜드 관광객 벤자민 홀(28)은 “한국인과 섞여 앉아 ‘소맥’을 마신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몇 걸음만 옮기면 익선동이 나온다. 익선동은 낮에 붐빈다. 한국의 골목길 풍경을 찍으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거리를 채운다. 100년 가까이 된 한옥을 개조한 세련된 카페가 곳곳에 모여 있고, 고즈넉한 종묘 돌담을 따라 주얼리 공방, 소품숍 등 아기자기한 상점이 이어진다.

종로3가뿐만이 아니다. 인쇄소가 밀집한 서울 인현동, 남산 아래 용산 후암동, 해방촌 신흥시장, 600년 전통의 남대문시장, 생활 밀착형 상권이 맞닿은 망원동 등도 ‘핫플레이스’(인기 명소)가 됐다.

후암동 골목과 해방촌 신흥시장은 관광지와 주거지의 경계가 흐릿한 곳이다. 오래된 저층 주택과 언덕길 사이로 서울타워와 도심이 보이고, 옛 세탁소와 슈퍼 등 생활상권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골목길을 걷다가 하교한 아이가 뛰노는 놀이터를 만날 수 있다. 그 사이에 작은 카페와 음식점이 점점이 박혀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실제 한국인이 사는 동네를 걸으며 생활상을 엿보는 경험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해방촌 신흥시장도 낮에는 조용한 주택가지만 해가 지면 낡은 건물 사이 카페와 식당, 술집에 불이 켜지며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드라마 속 한국인처럼”

을지로와 인현동 골목은 생업의 흔적이 살아 있는 골목이다. 낮에는 인쇄·제본업체 사이로 오토바이와 손수레가 분주하게 오가는데, 해가 지면 낡은 간판 옆으로 술집과 음식점의 네온사인이 켜진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첼시가 옛 공장과 창고를 갤러리 등으로 바꿔 산업의 흔적을 관광 자원으로 만들었다면, 을지로는 지금도 돌아가는 인쇄기와 제본소 등 살아 있는 산업 경관 자체를 콘텐츠로 삼는다.

K골목의 부상은 외국인 관광 방식이 ‘랜드마크 소비’에서 ‘생활 경험 소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 남산 등 유명 관광지를 둘러봤다면 최근에는 현지인이 사는 주택가를 걸으며 동네 카페와 식당을 찾는다. 드라마와 유튜브, SNS를 통해 한국인의 식사와 퇴근 후 술자리, 시장과 골목 풍경을 먼저 접한 뒤 한국을 찾아 그 장면을 경험하려는 관광객이 늘고 있어서다.

가격 부담이 작다는 것도 K골목의 매력이다. 백화점, 고급 레스토랑과 달리 골목 및 시장에서는 몇천원~1만원 안팎에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류은혁/권용훈/강윤지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