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 사진=뉴스1
추미애 경기도지사. 사진=뉴스1
경기도는 재정위기를 미리 감지해 대응하도록 2년 전 조례를 만들고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재정건전화 제도를 전면 재정비한다고 22일 밝혔다. 사업 기획 단계부터 중장기 재정부담을 따지고 재정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체계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이날 도청 율곡홀에서 열린 9월 월간회의에서 "재정건전화 지표와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정건전화위원회도 가동할 의무가 있는데 하지 않았다"며 재정관리 체계 재구축을 지시했다. 이날 회의는 도지사 주재 월간회의 가운데 처음으로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도는 2024년 3월 '경기도 재정건전화 조례'를 제정했으며, 지난해 10월 개정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조례는 위기를 사후에 수습하기보다 위험 신호를 미리 찾아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도는 5년 단위 건전재정 운용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재정건전화 지표 공표,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채무관리계획과 부채한도의 도의회 보고, 재정건전화위원회 구성 등의 의무를 진다.

그러나 핵심 제도 상당수는 아직 작동하지 않고 있다. 도는 경기연구원을 통해 지표 개발에 착수했고 올해 본예산 편성 때 채무관리계획을 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했다. 반면 이를 종합적으로 담아야 할 건전재정 운용계획은 수립하지 못했고, 재정건전화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았다.

추 지사는 도의 현재 상황을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닌 '재정난'으로 규정했다.

추 짓하는 "이달 말이면 돈이 없어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게 돼 있는 예산서를 받아들었다"며 올해 예산을 9월이면 사실상 바닥나는 '미생 예산'이라고 표현했다. 이대로라면 급식과 돌봄 등 도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추 지사는 사전 대응이 부족했던 점을 특히 문제 삼았다. 세입 기반이 약해지고 지출 수요가 늘었다면 실·국에 재정 상황을 미리 알리고 사업 규모를 조정하는 등 '연착륙'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기금 사용과 지방채 발행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재정위험을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에 도는 민선 9기부터 조례를 실제 예산 편성과 사업 관리에 적용한다. 우선 실·국장 등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재정교육을 실시해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초기 사업비뿐 아니라 중장기 재정부담까지 검토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예산 투입 후 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고, 사업 중단 때는 당초 재원 추계와 사업성 평가의 적정성까지 따지는 '재정 책임행정'도 강화한다.

추 지사는 기획조정실에 건전재정 운용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지표 개발,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위원회 구성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조기경보시스템이 갖춰지면 세입 감소와 채무 증가, 의무지출 확대 등 위험 요인을 상시 점검해 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에 사업과 재원을 조정할 수 있다.

재정관리 강화는 도가 추진 중인 감액 추가경정예산과도 맞물린다. 추 지사는 사업 확대보다 필수 민생사업을 지키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만들어 놓고도 활용하지 못한 제도를 실제 예산 통제 장치로 바꿀 수 있을지가 민선 9기 재정개혁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