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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여행인데 1인 150만원…싱가포르 찾는 '의외의 이유' [트래블톡]
유모차·휠체어 여행자에게 중요한 '이동 변수'
공항부터 대중교통·관광지까지 이어지는 무장애 인프라
공항부터 대중교통·관광지까지 이어지는 무장애 인프라
오래 준비해온 '걸림 없는 도시'
싱가포르 정부는 2016년 일반 대중이 이용하는 공공 건물과 인프라에 대해 "사실상 100% 무장애 접근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장애인들도 쉽게 건물과 각종 교통 인프라에 진출입할 수 있고,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을 쓸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창이공항은 4개 터미널 모두 공항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셀프 휠체어를 무료로 제공한다. 항공사를 통해 휠체어 지원을 신청할 수도 있다. 세심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전담 직원이 동행하는 유료 컨시어지 서비스도 갖췄다. 지난 8월에는 사전에 설정된 경로로 자율주행하는 휠체어 운용도 시작했다.
대중교통은 유모차를 이용하는 여행객에도 안성마춤이다. 세 살 아이와 크루즈 여행을 위해 싱가포르를 찾은 한 여행객은 택시보다 지하철을 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와 이동하다 보니 택시를 예약해도 카시트를 함께 신청해야 해 번거로운 게 많았다"면서도 "지하철로도 충분했고, 어디를 가도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잘 갖춰져 있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좋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뛰어난 접근성은 거창한 시설보다 이런 이동 과정에서 잘 느낄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계단을 피해 돌아가거나, 유모차를 들어 올리거나,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다시 찾을 필요가 없어서다.
관광지에서 체감하는 작은 차이
직접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찾았을 때도 출입구에 다가서자 여닫이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유모차를 밀면서 한 손으로 문을 여는 상황 자체를 피할 수 있는 구조였다. 문 하나, 턱 하나, 경사로 하나가 이동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여행자에게는 이런 작은 차이가 피로도를 좌우한다.
그렇다고 싱가포르의 모든 장소가 완벽하게 무장애인 것은 아니다. 오래된 건물이나 개별 시설은 접근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동에 제약이 있는 여행자라면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 등으로 필요한 시설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접근성 좋지만, 비싸다는 걸림돌 남아
여행 상품 시장에서도 가격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패키지 상품은 1인당 150만원 선이다. 게다가 도시국가 특성상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아 대부분 하루 이틀 일정이면 끝나 선호도가 낮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양지 없이 도시 관광으로만 일정을 채워야 하다 보니 동남아 인기 여행지에 비해 수요가 많지 않다"며 "여행 상품 데이터에서 싱가포르가 상위에 노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가성비 여행지보다 얼마나 덜 헤매는 여행지인가
여행에서 접근성은 단순히 편의시설의 개수가 아니다. 공항에서 대중교통으로, 대중교통에서 관광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도 접근성의 일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크루즈 여행을 위한 방문객이 많아 노년 관광객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휠체어 등 이동 편의가 높아 공항 도착 순간부터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까지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가 모든 여행자에게 정답은 아니다. 다만 유모차와 휠체어 여행자에게는 '비싼 도시'라는 평가만으로 판단하기엔 아까운 여행지다. 돈은 더 들 수 있지만 여행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이동의 변수'를 줄일 수 있어서다.
싱가포르=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