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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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주식을 1억원 이상 보유한 '미성년 고액 주주'가 1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들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도 7조원을 넘어서며 주식 자산의 고액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고령의 주주들은 손주·손녀와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삼전닉스)를 비롯한 주식 및 경제 이야기를 나누며 세대 간 접점을 넓히고 있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주식을 1억원 이상 보유한 미성년자는 54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2800명 대비 92.9% 급증한 것으로,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보유자 역시 4400명에서 1만 명으로 127.3% 증가했다.

반면 소액을 보유한 미성년 주주는 줄거나 증가 폭이 미미했다. 1000만원 미만 보유자는 같은 기간 67만6600명에서 60만6800명으로 감소했다.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 보유자는 8만9600명에서 14만7300명으로 64.4% 증가했다.

전체 미성년 주식 보유자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성년 주식 보유자는 △2021년 65만6300명 △2022년 75만3300명 △2023년 76만170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후 2024년 말 77만34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말 76만9600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주주 수는 줄었지만 이들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2024년 4조6501억원이던 미성년자 주식 평가액은 지난해 7조3113억원으로 57.2% 불어났다.

특히 10세 미만 주주에게서 이런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10세 미만 주식 보유자는 2024년 25만4700명에서 지난해 23만2100명으로 2만명 넘게 줄었지만 보유 평가액은 1조2488억원에서 1조8355억원으로 47.0% 증가했다. 미성년 주식 투자의 저변이 넓어지기보다는 고액 자산가 자녀 중심의 보유 비중이 커진 셈이다.

다만 예탁결제원의 통계는 매년 마지막 거래일 종가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지난해 국내 증시의 상승 폭이 컸던 만큼 미성년자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주식의 평가액이 더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미성년자들은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국내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 10곳을 이용하는 20세 미만 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53억원이었다. 2024년 말(14억원)보다 3.8배로 증가한 것이다. 올 6월 한 달 동안 20세 미만의 신용융자 반대매매(빌린 돈을 갚지 못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 체결액은 2억원에 달했다.

미성년자의 빚투와 관련된 논란이 일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미성년자 계좌를 통한 신용융자, 미수거래 등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자녀 명의를 빌린 부모의 편법 빚투와 미성년자가 반대매매에 노출될 위험을 막으려는 조치다.

이 때문에 미성년 손주들에게 안전하고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부산에 거주 중인 77세 이모씨는 "요즘은 고등학생들도 주식이나 경제를 제법 잘 알아서 놀랄 때가 많다"며 "손주·손녀들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 얘기를 하다 보면 저보다 아는 게 많아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주식 얘기를 주제로 삼으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고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고 소통할 수 있어 좋다"며 "명절에 용돈을 주더라도 그냥 쓰라고 주기보다는 주식에 관심을 갖고 직접 투자해보라는 의미로 조금 더 챙겨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미성년자 주식 보유액이 7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이제 주식 투자가 성인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사진=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진=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memo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