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투자 1호로 검토하는 텍사스 가스발전 사업에서 20년간 투자원금의 약 두 배(60조원)를 회수할 것으로 예상해 필수요건인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한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빅테크에 최고가로 전력을 팔 수 있다는 낙관적 가정을 적용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6.3GW 규모 텍사스 가스발전 사업에 223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해 20년간 432억9000만~454억300만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는 사업성 검토 결과를 국회에 보고했다. 한국이 사업비를 대출 없이 전액 출자하는 표준 시나리오에 따른 예상치로, 원금의 1.9~2.0배에 해당한다. 이자율(수익률)은 연 5.78~6.22%로 계산했다. 20년 만기 미국 국채에 한·미가 합의한 프로젝트별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이다.

텍사스 발전소의 전력 구매 계약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월간 용량요금 시나리오를 ㎾당 67.9~70.7달러로 잡은 것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구매자 없이 AI 수요만 믿고 30조 베팅
텍사스 발전소 인근 데이터센터 개발 단계…입주기업 확정 안돼

정부는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발전 사업에서 20년간 투자금의 두 배를 회수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수익 실현까지는 변수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수익원인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텍사스 전력망 접속 문제 등 사업성을 좌우할 현지 조건이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어서다. 이런 요인을 추후 협상에서 계약으로 묶어두지 못한다면 계산된 장기 현금흐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 고객 등 불확실성 커

텍사스 엔시날에 짓는 6.3기가와트(GW) 규모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인근에 개발 예정인 5GW 규모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 수익 모델의 전제는 높은 가격에 20년간 전력을 사줄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와 빅테크 등 대형 전력 수요처가 발전 용량을 확보하는 대가로 내는 용량 요금을 1킬로와트(㎾)당 월 67.9~70.7달러로 잡았다. 이 사업을 검토한 국내 자문사가 제시한 시장 범위 (47.7~80.9달러)와 비교해 최소 요금이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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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 수요처로 예정된 5GW 규모 데이터센터는 아직 개발 단계로, 전력을 구매할 빅테크 등 입주 기업이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국회 보고서에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 미확보’와 ‘외부 전력 수요처 부재’를 위험 요인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 기업이 정해져야 해당 기업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전 용량 및 전력 가격을 장기계약으로 묶어둘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미국 측에 전력 수요처 보증을 타진했으나 미국은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는 “텍사스 지역에서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건 분명하지만 특정 발전소 전력을 10년, 20년간 장기적으로 사줄 우량 고객을 확보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전장치 더 확보해야”

현지 사업 여건의 변화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엔시날 프로젝트는 현지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한국의 대미투자 후보로 넘어온 덕에 기사회생한 프로젝트다. 초기 합작법인(JV) 참여를 검토한 미국 최대 전력·에너지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도 최종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공급 방식이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직접 연결하는 오프그리드(off-grid)가 아니라 공용 전력망을 이용한다는 점도 구조적 리스크로 꼽힌다. 미국 동부(PJM 등) 전력망은 발전소가 전력 생산을 대기만 하고 있어도 전력망 관리자가 기본급 성격의 ‘용량요금’을 지급한다. 반면 텍사스 전력망(ERCOT)에는 이 제도가 없어 반드시 수요처와 1 대 1 장기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야만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전력망 접속 일정도 주요 변수다. 최근 텍사스주는 데이터센터 전력망 접속 신청이 폭증하자 75㎿ 규모 이상의 대형 수요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접속이 지연되면 발전소의 실가동과 전력 판매 시점도 연쇄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확실한 수요처를 마련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33억달러가 투입되는 일본의 오하이오 사업은 소프트뱅크 계열 에스비에너지가 10GW 규모 데이터센터와 9.2GW 규모 가스발전 설비를 개발하고 송전망을 구축한다. 오픈AI가 데이터센터를 20년간 임차하고 엔비디아가 초기 4.25GW 규모 개발에 신용 지원을 제공하는 등 장기 수요처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투자는 수십 년간 현금흐름을 얼마나 확실하게 확보하느냐가 특히 중요하다”며 “막판 협상에서 현금흐름을 지킬 안전장치와 국내 기업의 참여를 충분히 확보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은/박종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