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대만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타오위안의 회사 건물 밖에서 열린 집회에서 공정한 이익배분 제도를 요구하며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마이크론 대만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타오위안의 회사 건물 밖에서 열린 집회에서 공정한 이익배분 제도를 요구하며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SK하이닉스·삼성전자를 관통한 새로운 '보상 공식'이 대만 마이크론 사업장에서도 노사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중 직원들에게 돌아갈 몫을 미리 정하자는 요구가 터져나온 것이다. 마이크론 직원들은 '영업이익 N%' 방식으로 성과급을 산정하게 된 SK하이닉스·삼성전자 보상 공식을 언급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지를 둘러싼 논쟁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론 대만 노사, 내달 22일 2차 조정

19일(현지시간)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마이크론과 대만마이크론메모리노조(타이중 노조)는 전날 첫 조정회의를 연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측은 전체 보상·상여금 제도의 구조를 포함해 무임승차 금지, 노조 활동 불이익 금지 등을 논의했다. 노사는 이날 논의를 "건설적이었고 소통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사후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회사는 "팀 구성원은 보복을 걱정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집회하고 자유롭게 결사하며 스스로 선택한 노조나 노동단체를 설립·가입하고 단체교섭이나 다른 형태의 대표권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노사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이번 갈등의 핵심인 이익배분 산식이 합의된 상황은 아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론 대만 노조는 일회성 보상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투명하며 검증 가능한 이익배분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전 세계 영업이익 중 15%를 직원들에게 배분하는 상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그러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 산정 방식을 예시로 제시했다.

대만은 마이크론의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 핵심 거점이자 회사 최대 제조 허브다. 메모리 공급이 이미 빠듯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생산 중단이 발생할 경우 D램뿐 아니라 AI용 메모리 수급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는 상황.

마이크론이 최근 글로벌 직원 6만여명을 대상으로 2026회계연도 특별 보상을 발표했지만 노조는 물러서지 않았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8월29일 이전 입사자에게 100만대만달러를 지급하고 이후 입사자의 경우 근속 기간에 따라 비례 지급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마저도 반발을 샀다.

대만 노조 "영구적 이익배분 장치" 요구

노조는 이 같은 일회성 보상이 "영구적인 이익배분 장치"를 요구한 취지에 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노사 간 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조와 합의 없이 보상안을 발표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마이크론은 "팀 구성원의 의견을 계속 듣고 선의로 조정 절차에 임하겠다"고했다.

이 같은 요구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보다 앞서 비슷한 길을 걸어왔어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이른바 '상소문' 논란 이후 영업이익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지난해 임금·단체협약에선 PS 재원을 영업이익 중 10%로 정하고 상한을 없앴다.

반도체 '상소문'에서 시작된 SK하이닉스의 보상 공식 변화는 삼성전자에 이어 마이크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한 사업장에서 벌어진 성과급 투명성 논란이 업계 보상 공식 논쟁으로 확산한 셈이다.

삼성전자에서도 올해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영업이익 중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한을 없앨 것을 요구했다. 최종 합의는 요구안보다 낮은 12%였지만 회사가 번 이익 가운데 일정 몫을 성과급 재원으로 미리 정한다는 틀이 현실화했다.

노조 "사측 지연 전략 땐 파업 찬반투표"

한국에선 이 같은 업계 논쟁이 정부 지침으로도 이어졌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한 것. 이 지침은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기업 이익 중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의 경우 의무적 교섭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지침만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기존 노사 합의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진 않는다.

정부 지침을 둘러싼 반응도 엇갈렸다. 한국노총은 기본급·연봉에 연동한 성과급과 달리 '영업이익 N%' 요구만 쟁의 대상에서 빼는 것은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경영계는 지침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교섭 대상 여부를 좌우하는 '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 변화'의 경계가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성과급 산식 하나가 기업 이익 배분를 넘어 노동쟁의 범위를 흔드는 쟁점이 된 꼴이다.

마이크론 노사 갈등은 다시 조정 테이블로 향한다. 양측은 다음 달 22일 두 번째 조정회의를 열기로 했다. 마이크론 양대 노조 중 또 다른 한 곳인 타오위안 노조는 앞서 18일과 21일을 협상의 분기점으로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제안이 없는 데다 회사가 지연 전략을 활용한다고 판단하면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찬반투표로 가겠다"고 경고했다. 타오위안·타이중 노조는 마이크론 대만 직원 약 1만5000명 가운데 80% 이상을 대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조정에서 대화의 문은 열렸지만 '15% 이익배분' 요구 자체는 여전히 난관으로 꼽힌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 현실화된 '영업이익 N%' 공식이 대만에서도 현실화할지 여부는 후속 조정에서 회사가 제시하는 안에 따라 출렁일 전망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