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6 청춘, 커피 페스티벌’에서 김한균 ABT아시아 대표가 창업과 웰니스 경영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6 청춘, 커피 페스티벌’에서 김한균 ABT아시아 대표가 창업과 웰니스 경영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100번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100번의 시도가 모두 다른 방식이어야 합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 실패하는 것은 올바른 시도가 아닙니다.”

화장품 브랜드 파파레서피를 창업한 김한균 대표는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6 청춘, 커피페스티벌’에서 열린 '웰니스 토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더 멀리 가기 위한 균형’을 주제로 무대에 오른 그는 창업과 투자 과정에서 겪은 실패, 일과 삶의 균형,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체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김 대표는 1세대 남성 뷰티 블로거로 활동하다 28세에 자본금 200만원으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8평짜리 사무실에서 출발해 아이의 피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파파레서피를 만들었고, 회사를 연 매출 2000억원 규모로 키웠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창업 경험과 실행 원칙을 담은 책 《그냥 하는 사람》을 펴냈다.

그는 ‘그냥 한다’는 말을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금 자신의 재능과 여건으로 할 수 있는 크기만큼 실행하라는 뜻”이라며 “사업을 하고 싶다고 당장 사무실부터 계약할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려는 것을 누가, 왜 필요로 하는지 주변 사람에게 먼저 물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00억 브랜드 만든 김한균이 ‘워라밸’을 싫어한 이유 [2026청춘커피페스티벌]
작은 실행을 반복하되 결과만 좇아서는 오래가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업은 매출과 이익이라는 숫자로 평가받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관계와 태도도 결국 경영자의 자산으로 남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투자한 회사가 성장한 뒤 오히려 관계가 멀어진 경험을 소개하며 “힘들 때 도움을 구했던 마음을 잘됐을 때도 기억할 수 있는지 스스로 계속 묻는다”고 했다.

그는 창업가가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도 짚었다. 회사는 생존해야 하고 직원 급여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 제품과 계약, 목표를 끊임없이 쫓게 된다. 김 대표는 “잠깐이라도 내가 어디로 가는지, 처음 정한 방향이 맞는지,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가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며 “내가 만들고 싶은 성과와 지키고 싶은 태도가 함께 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워라밸’에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일과 가정, 개인의 시간을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중요한 일에 충분히 집중하는 것이 진짜 균형이라는 것이다. 그는 “워라밸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며 “일에 집중할 때는 일을 더 하고, 가정에 집중할 때는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쓰고, 혼자 있을 때는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삶의 조화”라고 설명했다.
2000억 브랜드 만든 김한균이 ‘워라밸’을 싫어한 이유 [2026청춘커피페스티벌]
실패했을 때는 결과와 자신을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잘못된 선택을 복기하되 ‘나는 안 된다’는 결론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이번 선택이 좋지 않았다는 판단과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결론은 크기가 전혀 다르다”며 “놓친 신호와 확인하지 않은 조건을 찾아 다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도 성공 가능성을 높여서가 아니라 실패 뒤 다시 일어설 힘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마라톤과 고강도 운동을 꾸준히 하며 달성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반복해서 만들고 있다. 김 대표는 “체력이 좋다고 사업이 반드시 성공하거나 판단이 항상 옳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좋지 않은 결과를 만나도 원래의 일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갖게 해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른 사람의 속도가 아니라 자신이 지속할 수 있는 속도를 찾으라고 당부했다. 처음부터 거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수면 시간을 정하거나 주말에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등 구체적인 약속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이다.

김 대표는 “사업도 운동도 하루아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며 “성과를 만드는 사람도,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도 결국 자신이다. 그 사람을 돌보는 일을 계속 뒤로 미뤄도 괜찮은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