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산 절차 밟는 정육각, 브랜드·플랫폼은 부활
파산 수순을 밟던 정육각의 브랜드와 온라인 플랫폼이 JYG프레시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인수자 측에 자금을 댄 곳은 부티크 패밀리오피스 투자사 아시아어드바이저스코리아(AAK)로 파악됐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설법인 JYG프레시는 정육각의 상표권과 온라인 주문·배송 플랫폼을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최근 인수했다. 이달 7일부터는 기존 정육각 플랫폼에서 영업을 재개했다.

JYG프레시에 인수 자금을 댄 곳은 서울에 기반을 둔 패밀리오피스 투자사 아시아어드바이저스코리아다. 트래픽과 브랜드 인지도는 있지만 회생·파산 국면에 몰린 소비자 플랫폼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호텔·레지던스와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까지 160건 이상의 폭넓은 투자를 집행했다.

'초신선'을 내세운 정육각은 카이스트 수학과 출신 김재연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축산 유통 스타트업이다. 갓 도축한 초신선육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미래 성장을 위해 2022년 국내 1세대 유기농 슈퍼마켓 초록마을을 인수했으나 무리한 차입 인수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인수 당시 초록마을은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었으나 정육각은 자체 매출 400억원대에 불과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초록마을 인수뿐 아니라 정육각의 사업구조도 부실이 누적되는 구조였다. 정육각은 김포물류센터에 냉동·냉장 보관 기능을 갖춘 육가공 처리시설을 두고, 도축된 고기를 받아 직접 부위별로 손질해 배송하는 구조를 택했다. 신선도와 원가를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삼겹살·목살처럼 잘 나가는 부위 주문에 맞춰 물량을 들이면 나머지 부위가 그대로 재고로 쌓이고 손실이 커졌다. 정육각의 회생절차상 인가 전 M&A가 좌초한 이유도 김포물류센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육가공 처리시설을 그대로 돌리려면 도축육을 안정적으로 받아 부위별 판매 물량을 맞춰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인수 후보를 찾기 어려웠다.

JYG프레시 품에 안긴 정육각은 도축육을 받아 직접 손질하던 방식은 접고, 주문이 들어오면 산지 작업장에서 당일 손질한 고기를 직송하는 구조를 택했다. 산지 협력 작업장은 품질 기준으로 선별해 등급·중량·손질 규격을 통일화하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의 장점은 회사가 재고를 쌓아두지 않아 부위 간 판매 불균형에서 오는 폐기 손실이 원천적으로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신선도는 유지하되, 그 신선도를 만드는 부담을 회사 재고에서 산지 작업 일정으로 옮긴 셈이다. 설비와 가공 인력에 들어가던 고정비도 사라져 몸집도 기존보다 가벼워졌다. JYG프레시 관계자는 "'어제 잡은 고기'라는 경험만 남기고 나머지 군살은 모두 덜어냈다"고 말했다.

한편, 매각 측인 정육각은 지난달 법원에서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받은 후 파산을 앞두고 있다. 이번주 내로 파산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육각은 파산신청에 따른 비용과 채권 변제 재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브랜드와 플랫폼만 떼어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