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고메 '2027 파인다이닝 리스트' 공개 행사. 사진=신용현 기자
트립.고메 '2027 파인다이닝 리스트' 공개 행사. 사진=신용현 기자
여행 계획을 세울 때 항공권보다 먼저 맛집을 검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식이 여행의 부가적 즐길 거리를 넘어 목적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위치한 복합 리조트 리조트월드센토사(RWS)에서 열린 창립 10주년 행사에서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공개됐다. 올해 1~8월 음식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고, 현지 특색 음식 검색은 7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립.고메 '2027 파인다이닝 리스트' 공개 행사. 사진=신용현 기자
트립.고메 '2027 파인다이닝 리스트' 공개 행사. 사진=신용현 기자
이날 행사 콘셉트는 북두칠성이었다. 주제가 하나씩 소개될 때마다 전면 스크린에 별이 뜨기 시작했고, 트립닷컴 관계자와 전 세계 수상 셰프, 글로벌 미디어 등 약 300명의 참석자는 스마트폰을 들어 그 순간을 담았다.

여행 전부터 구체화되는 미식 검색

써니 순(Sunny Sun) 트립닷컴 그룹 부사장 겸 트립.고메 CEO가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립.고메 '2027 파인다이닝 리스트' 공개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용현 기자
써니 순(Sunny Sun) 트립닷컴 그룹 부사장 겸 트립.고메 CEO가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립.고메 '2027 파인다이닝 리스트' 공개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용현 기자
무대에 오른 써니 순 트립닷컴 그룹 부사장 겸 트립.고메 CEO는 검색 데이터에서 나타난 변화에 주목했다. 특정 레스토랑을 찾는 검색뿐 아니라 여행지에서 어떤 음식을 경험할지 탐색하는 검색이 함께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레스토랑 검색은 전년 동기 대비 68%, 뷔페는 66%, 카페·커피·차는 67% 증가했다. '마카오 뷔페', '상하이 레스토랑', '하노이 음식'처럼 목적지와 음식 정보를 함께 검색하는 패턴도 증가했다.

음식 관련 검색을 한 이용자의 탐색 강도도 전체 검색보다 높았다. 음식 관련 검색 상호작용의 약 41%가 추가 탐색으로 이어졌지만, 전체 검색 카테고리에서는 이 비율이 28%였다.

써니 순 CEO는 "미식이 여행지에서 즐기는 부가적인 경험을 넘어 여행객이 어디로 언제 갈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뷰 데이터에서도 나타난 미식여행

리뷰 데이터에서도 여행과 미식의 결합이 나타났다. 트립.고메에 따르면 국제 이용자의 영어 리뷰 25건 가운데 1건꼴로 생일이나 프러포즈 등 특별한 순간이 언급됐다. 미식 경험이 여행 중 특별한 순간과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식에 관심이 높은 이용자들의 여행 활동도 두드러졌다. 지난 1년간 트립.고메 연례 레스토랑 심사에 신청한 2만5000여명은 연평균 25개 도시를 방문했고, 1인당 소비액은 일반 평균보다 3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에 참여한 오스틴 팡 미식 여행가는 매년 약 30곳을 찾는 여행 전문가다. 그는 여행 때마다 찾는 한 현지 레스토랑을 예로 들면서 "계절마다 메뉴를 바꾸면서도 3년 연속 랭킹에 오른 점에서 신뢰가 간다"며 "트립.고메 랭킹은 여행지를 계획할 때 참고하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파인다이닝 평가에도 '혁신' 반영

미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레스토랑을 바라보는 기준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트립.고메는 셰프의 독창적인 철학과 예술적 심미성, 이종 문화 간 크로스오버 요리, 지역을 넘나드는 음식 재료의 창의적 재구성 등을 살펴보는 '혁신 지표'를 도입했다. 지속가능성 역시 향후 평가에서 비중을 높일 분야로 제시됐다. 음식물 쓰레기 저감 등 레스토랑 운영 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을 평가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트립.고메 '2027 파인다이닝 리스트' 공개 행사. 사진=신용현 기자
트립.고메 '2027 파인다이닝 리스트' 공개 행사. 사진=신용현 기자
트립.고메는 이날 '2027 파인다이닝 리스트'를 통해 40개국·지역, 105개 도시, 744개 레스토랑을 공개했다. 등급별로는 블랙 다이아몬드 60곳, 다이아몬드 160곳, 플래티넘 524곳이 이름을 올렸다. 10년 전 단일 시장에서 시작한 레스토랑 랭킹은 현재 66개국·지역, 462개 목적지를 아우르는 글로벌 미식 지수로 확대됐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이 478개 레스토랑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은 20개국·35개 도시로 가장 넓은 지리적 범위를 기록했다.

한국 레스토랑 14곳 선정…"정체성이 중요"

한국에서는 라연, 정식당, 밍글스, 모수 서울, 스와니예, 권숙수, 라망 시크레, 본앤브레드, 비채나, 세븐스도어, 알라프리마, 온지음, 이타닉 가든, 코너스톤 등 14개 레스토랑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차도영 서울신라호텔 라연 헤드 셰프. 사진=신용현 기자
차도영 서울신라호텔 라연 헤드 셰프. 사진=신용현 기자
행사가 끝난 뒤 이어진 기자회견장에서는 차도영 서울신라호텔 라연 헤드 셰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트립닷컴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셰프의 국적에 따라 해당 언론이 주로 취재하지만, 이날은 홍콩 취재진의 사전 요청으로 차 셰프 인터뷰 순서가 마련됐다. 홍콩 취재진은 한식 파인다이닝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며 관심을 보였다.
차도영 서울신라호텔 라연 헤드 셰프. 사진=신용현 기자
차도영 서울신라호텔 라연 헤드 셰프. 사진=신용현 기자
차 셰프는 라연이 3년 연속 리스트에 오른 배경으로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꼽았다. 그는 "맛있게 만들고 보여줄 수 있는 레스토랑들은 너무나 많지만, 그보다 이 레스토랑이 어떤 레스토랑인지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자기만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연의 방향에 대해서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고객이 편하게, 새롭게 즐길 수 있는 한식을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파인다이닝뿐 아니라 불고기·비빔밥·떡볶이·치킨처럼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의 대중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과 한국인의 평가 온도 차도 짚었다. 차 셰프는 "외국 사람들은 한식에 좋은 평가를 많이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먹어온 음식이라 오히려 평가에 더 엄격한 편"이라며 "흑백요리사 같은 콘텐츠를 통해 파인다이닝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트립.고메 '2027 파인다이닝 리스트' 공개 행사. 영상=신용현 기자
트립.고메 '2027 파인다이닝 리스트' 공개 행사. 영상=신용현 기자
라연의 사례처럼 셰프 한 명의 철학이 담긴 요리 한 접시가 여행객의 발걸음을 이끄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 리뷰 25건 중 1건에 생일과 프러포즈 같은 특별한 순간이 담기는 것도 미식이 여행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식은 더 이상 여행의 곁가지가 아니라, 여행 자체를 설계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써니 순 CEO는 "오늘날 여행객은 더 이상 목적지에서 미식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한 끼의 식사가 어디로, 언제 여행할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여행객들이 찾아갈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안심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