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잉글랜드 지역이 스코틀랜드, 웨일스보다 문해력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이용 확산으로 전 세계 학생의 문해력이 전체적으로 낮아지고 있어서다.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청소년의 읽기와 수학 성적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회원국 평균 읽기 점수는 2015년보다 28점 내려갔다. 수학 점수는 같은 기간 22점 떨어졌다. 반면 잉글랜드 지역은 비교적 높은 성적을 냈다. 잉글랜드 청소년의 읽기 성적은 평균 497점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OECD 평균(461점)을 36점 웃돌았다. 수학도 잉글랜드 평균이 492점으로 OECD 평균보다 29점 높았다. 한국은 읽기와 수학에서 각각 501점, 522점을 기록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잉글랜드가 높은 성적을 받은 비결로는 ‘지식 중심 교육과정’이 꼽힌다. 읽기에서는 철자와 문법, 수학에서는 구구단 외우기 등 학문의 기본기를 반복적으로 익히게 하는 전통적 방식이다. 수행평가 비중을 줄이고 시험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구체적 지식을 충분히 쌓은 뒤 창의성과 판단력, 문제 해결력 등 추상적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0년 마이클 고브 당시 교육부 장관이 학업성취도 저하를 문제 삼아 시작한 교육개혁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같은 영국이지만 학업성취도가 뒤처진 스코틀랜드·웨일스와 비교된다. 이들 지역 자치정부는 학생의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21세기형 학습’ ‘미래 지향 접근법’ 등 다소 모호한 구호를 앞세운 ‘역량 중심 교육과정’에 베팅했다. 그 결과 문해력과 수리력 등 기초학력이 뒤처졌다.

교육계는 최근 세계적인 기초학력 저하의 원인으로 기술 발달을 꼽는다. 스마트폰과 SNS가 퍼진 2009년 무렵부터 PISA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복잡한 문제에도 척척 답해주는 AI가 등장해 이런 하락세가 더 뚜렷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일각에서는 ‘투트랙’ 교육 방식 접근을 제안한다. 대니얼 서스킨드 그레셤칼리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1980년대 전자계산기가 도입됐을 때도 계산기를 사용하는 법과 계산기 없이 문제를 푸는 법을 함께 가르쳤다”며 “이처럼 모든 과목에서 AI를 활용하는 능력과 AI 없이 해결하는 능력을 함께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