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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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의 이런 리더십은 국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0~3시간 수면’과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식의 과로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자 일본 내에서 리더십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성실함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것보다 조직 구성원의 역량을 끌어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현대 리더의 역할이라는 지적이다.

1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조직론 전문가인 오타 하지메 도시샤대 명예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X에 “0~3시간 수면이 일상화됐다”고 쓴 데 대해 “총리 취임 전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다’고 선언한 것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오타 교수는 과거 고도경제성장기에는 노력의 ‘양’이 성과로 이어졌을 수 있지만 디지털화와 창의성이 중요해진 지금은 노력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조직에서는 실수를 하지 않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 최고경영자나 조직 수장으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자질이 구성원의 의욕과 능력을 끌어내는 리더십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조직의 최고 책임자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며 최상의 판단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리가 과로로 피로가 누적되거나 감정적으로 흔들릴 경우 잘못된 정책 판단이나 발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두꺼운 자료를 새벽부터 심야까지 읽는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조직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오타 교수는 “내가 하는 편이 더 빠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며 “총리처럼 다루는 분야가 광범위한 자리일수록 중요한 의사결정은 직접 하되 나머지는 부하에게 맡기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무를 위임하는 것은 위기관리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권한을 적절히 분산해야 주변 인재가 성장하고 조직의 구심력이 높아지며, 최고 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조직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타 교수는 일본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총리가 “잠을 자지 않고 일한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시대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집안일까지 모두 직접 처리하거나 다림질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보다 외부의 도움을 활용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점에서 메시지 관리가 특히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성과가 부족하면 “여성에게는 총리직이 무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일하는 모습을 강조하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과도하게 적응하는 특수한 여성”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오타 교수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에게 설명하고 실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리더십의 기준을 ‘노동시간’이 아니라 ‘조직 성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