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영해에서 드론 공격을 받은 한 유조선 /사진=REUTERS
이라크 영해에서 드론 공격을 받은 한 유조선 /사진=REUTERS
올해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중동에서의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증권가에선 이에 대비한 투자전략 재편을 주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일시적인 정제마진 확대로 이익을 누리는 기업이 매력적일 수 있으나, 턴어라운드(급격한 방향전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후방산업(업스트림) 기업에 더 주목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가 열리는 텍사스주 댈러스로 출발하기 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이란)이 더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유가는 급락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 것이며 휘발유값은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떨어질 거라고 본다"며 "중간선거보다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란 역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은 종전을 원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SNS에 올린 이후 한층 강도 높은 메시지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 X에 올린 글에서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항상 전쟁에 반대해 왔으며 국민의 이익과 지역 안보는 충돌을 피하는 데 있다고 여겨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침략에 맞서 용감하게 방어해 온 것처럼 침략자들이 완전히 후회할 때까지 강력하게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며 "국민의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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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과 이란의 무력 갈등이 재개되면서 전쟁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은 다시 급감했다. 지난 10일 기준 호르무즈를 통과한 선박은 7척에 그쳐 최근 열흘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호르무즈의 대안 항로로 꼽히던 홍해에도 새로운 위기가 닥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동서 송유관을 이용해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옮겨 하루 수백만배럴씩 수출해왔다. 얀부항은 호르무즈 통항이 어려움을 겪은 이후 중동 원유 수송에 허브 역할을 해온 곳이다.

하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가 홍해 연안의 핵심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한 데 이어 전략적 요충지인 하니시 제도까지 진격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후티의 해안 진격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아 이뤄졌다. 후티는 이미 사우디 선박에 대한 해상봉쇄를 선언한 상태다.

미국 당국자 역시 현재 예멘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수백명이 후티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의 궁극적 목표가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봉쇄라고 지목했다.

호르무즈가 막힌 상황에서 바브엘만데브까지 봉쇄되면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산유국의 원유 수출로가 사실상 양쪽에서 차단될 수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직원 /사진=게티이미지
뉴욕증권거래소 직원 /사진=게티이미지
이 같은 소식에 브렌트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유가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6.43달러(6.69%) 오른 배럴당 102.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달 31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글로벌 기준물(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1월물은 5거래일 연속 올라 6.42달러(6.34%) 상승한 배럴당 107.63달러에 마무리됐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고유가 흐름이 미 중간선거 이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동 교전 이슈 확대 양상이 미국 중간선거 시점 혹은 그 이후까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이란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불리하도록 현 이슈를 계속 끌고 갈 가능성이 있고 트럼프도 중간선거 혹은 그 이후 시점에서 이란전을 끝낼 것이라고 밝혀 당장 해갈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증시에선 단기적으로 원유 정제 마진을 기대하는 전방산업 대신 후방산업에 대한 투자가 더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승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정제 마진의 고점이 1년 이상 지속된 사례가 없고 마진이 정상화되면 이익 추정치 하향 위험이 발생한다"며 "지정학적 위험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위험회피 수단으로 에너지 비중 확대는 매력적이지만 정제 마진이 정상화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고유가의 지속 가능성이고 일시적 충격이 구조적인 이익 확대로 연결되는지가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유가 급등이 반복된다면 밸류체인상 후방산업 쪽의 비중 확대가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