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규칙이 아니라 원칙" 獨법학자 로베르토 알렉시 별세
법률상 규칙(Rules)과 헌법의 원칙(Principles)을 구분함으로써 전 세계 헌법재판소의 기본권 심사 기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는 독일 법철학자 로베르토 알렉시(Robert Alexy) 전 킬대학교 교수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고 제자인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전했다.

향년 81세.
독일 올덴부르크에서 태어난 고인은 괴팅겐대에서 법과 철학을 공부했다.

1986∼2013년 킬대학교 교수로 강단에 섰다.

독일뿐 아니라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온 유학생들을 가르쳤다.

김도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준일 교수 등이 제자다.

고인은 '원칙 이론'과 '법적 논증 이론' 등으로 현대 법사상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 꼽힌다.

원칙이론은 '규칙'과 '원칙'을 구분하고 헌법이 원칙과 관련된다고 본 것이다.

이준일 교수는 "보통 법이라고 하면 야구 규칙처럼 룰(rule)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고인은 '룰과는 다른 원칙(principle)이 있고 헌법의 기본권이 바로 원칙'이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헌법상 원칙은 명예훼손에 관련된 '인격권'과 알 권리에 관련된 '표현의 자유'처럼 서로 충돌할 수 있다.

이때 어느 한쪽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이익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불이익을 비교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 '형량의 법칙'(Gewichtungsformel)은 현대 헌법학의 표준이 됐고, 각국 헌법재판소가 기본권 제한 입법이나 공권력 행사의 위헌성을 심사할 때 사용하는 비례성의 원칙(과잉금지원칙)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법적 논증 이론은 '법의 정당성은 결론에 이르는 논증 과정의 합리성에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고인의 저서 중 '법의 개념과 효력'(2000), '법적 논증 이론'(2007), '기본권 이론'(2007)은 국내에서 번역·출판됐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알렉시 교수의 별세에 대해 공식적인 애도를 표했다.

브라질, 중국 등을 방문했지만 한국에는 온 적이 없었다.

'기본권 이론'과 '법의 개념과 효력'을 번역한 이준일 교수는 "고인이 중국을 방문할 때 한국에도 초청하려고 했지만 불발됐다"며 "유학 가기 전에 논문으로만 접했을 때는 워낙 간결한 글쓰기를 강조하는 분이라서 차갑고 냉정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가르침을 받으면서 느끼기론 정이 많고 제자들을 살뜰히 챙기는 분이셨다"고 기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