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찜한 유럽 AI 스타트업...30억 유로 투자 유치 성공
유럽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이 삼성전자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30억 유로(약 4조9000억원)를 유치했다.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가 210억 유로(약 34조원) 이상으로 뛰면서 유럽 기술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지분 투자 유치 기록도 세웠다.

8일 미스트랄은 시리즈D 투자 라운드를 통해 30억 유로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삼성전자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EQT가 운용하는 스케일업 유럽 펀드와 기존 투자자인 PSG에쿼티가 공동 주도 투자자로 나섰다.

미스트랄은 2023년 설립된 프랑스 AI 스타트업이다. 오픈AI와 구글 등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기업이나 기관이 자체 서버 등에 설치한 뒤 필요에 따라 수정·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뜻한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AI 모델 연구개발(R&D)과 컴퓨팅 인프라 확충, 제품 개발 및 글로벌 사업 확대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역량을 늘리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스트랄은 현재 20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에어버스, ASML, HSBC 등 125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 축이 단순히 '더 강력한 AI 모델'을 만드는 데서 데이터와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과 정부가 AI를 핵심 업무에 도입하면서 데이터 보안과 규제 준수, 특정 AI 사업자에 대한 기술 종속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스트랄은 오픈웨이트 AI 모델부터 이를 구동하는 컴퓨팅 인프라와 기업용 제품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풀스택'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고객사가 자체 환경에서 AI를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해 특정 AI 사업자의 기술 로드맵이나 가격 정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데이터와 모델, 컴퓨팅, 운영 환경 등 AI 시스템의 주요 요소를 고객이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나 기업이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으면서도 자체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아르튀르 멘쉬 미스트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직면한 실질적인 과제는 자체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 컴플라이언스 요건이 얽힌 복잡한 환경에서 AI를 실제 운영에 안착시키는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R&D와 제품, 인프라 투자를 더욱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투자는 지난해 ASML이 주도한 미스트랄의 시리즈C에 이은 대형 제조·기술 기업의 투자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AI 모델 기업에 대규모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면서 AI 기술 확보와 협력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QT 측은 미스트랄이 모델뿐 아니라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까지 AI 전 영역에서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투자 배경으로 꼽았다. 커크 렙케 EQT 파트너는 "대부분의 AI 선도 기업이 모델, 인프라, 애플리케이션 중 특정 영역에 집중하는 반면 미스트랄은 AI 전 영역의 역량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투자에는 애드벤트와 블랙록이 운용하는 펀드 및 계정, 룩셈부르크 대공국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a16z, ASML, 벨피우스, BNP파리바 CIB, Bpifrance, 카미냑, DST글로벌, 유라지오, 제너럴캐털리스트, 헤드라인, 인덱스벤처스, 라이트스피드, 엔비디아, 세일즈포스벤처스 등도 투자에 참여했다.

남준우 기자 njw08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