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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이 이제 써먹을 만하다고 소문 좀 내 주세요" [씬터뷰]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인턴'으로 돌아온 최민식
한소희와 세대 초월 호흡 "한국형 아저씨로 재해석"
"내 몸뚱아리가 재료, 살아온 인생이 밑천"
"나이들어 기회 없어 아쉬워, 기회를 달라"
한소희와 세대 초월 호흡 "한국형 아저씨로 재해석"
"내 몸뚱아리가 재료, 살아온 인생이 밑천"
"나이들어 기회 없어 아쉬워, 기회를 달라"
스크린을 집어삼키는 압도적인 아우라, 혹은 시대를 관통하는 거친 카리스마. 우리가 기억하는 최민식의 얼굴은 대개 뜨겁고 강렬했다. 영화 '파묘'(2024)로 1191만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가 이번엔 힘을 빼고 가장 친근하고 푹신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민화 속에 나오는 예쁘고 귀여운 호랑이"에 비유한 그는 여전히 뜨거운 열정, 그리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신작 '인턴'과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한 진솔한 고백을 풀어놨다.
영화 '인턴'은 2015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한국 정서에 맞춰 재해석한 작품이다. 런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젊은 CEO 선우(한소희)의 회사에 37년 경력의 베테랑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가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세대 초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다.
최민식이 연기한 기호는 평생 직장이었던 출판사에서 은퇴한 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회생활 베테랑이다. 우연히 패션 스타트업 우투투의 실버 인턴 채용 공고를 보고 합격해 까칠한 젊은 CEO 선우의 직속 막내 인턴으로 들어가게 된다. 낯선 디지털 업무 환경 속에서도 특유의 성실함과 깊은 내공, 따뜻한 소통으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물이다.
◆ "리메이크는 다신 안 해…서양 흉내 대신 '한국 아저씨'로 재해석"
이어 "배우 입장에서 비교당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나라도 다른 사람이 유명한 작품을 리메이크한다고 하면 비교한다"며 "이런 숙명을 짊어지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안 하는 게 '무서워? 뭐가 무서워' 싶었다. 당연히 비교당할 수 있는 거고, 좋은 작품을 리메이크라는 명목으로 재해석한다고 가볍게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메시지가 좋지 않나. 부담감 갖지 말고 이야기를 우리 식으로 꾸며보자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원작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한국 아저씨'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최민식은 "나는 한국의 아저씨다. 세련되고 서양 남자 특유의 아우라, 그걸 흉내 낸 건 아니다"며 "마지막에 마치 내 딸 같은 느낌, 아버지가 딸을 보는 듯한 정서를 넣었다. 극 중에서도 딸이 있는데 서양 원작에는 없었던 장치다. 그런 부분을 재해석했다"고 밝혔다.
◆ 전작 밈 열풍부터 최신 줄임말까지… "내가 물이 되어 스며들어야"
영화 속 등장하는 신조어와 줄임말에 대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제가 학생 때 다닐 때 나름 유행어가 있었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 이런 게 생각났다"는 그는 "극중 인턴 동기들이 '그게 뭐냐'고 하더라. '감다뒤'가 뭐야 하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줄임말을 너무 못 알아들으니까 짜증이 났는데, 그래도 반댓말인 '감다살'은 맞췄다"며 웃어 보였다.
젊은 후배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물'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최민식은 "살다 보니 선배보다 후배랑 할 일이 많다. '내가 물이 되자'고 생각한다. 습자지에 스며들듯 가급적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이 친구들이 농담을 해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마라가 아니라 '그게 뭐야' 하고 같이 놀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한소희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최민식은 "그 친구는 이번에 목숨을 걸었다. 보이지 않나"라며 "선우와 공통분모가 많은 것 같다. 밑바닥에 깔린 안정감보다는 업앤다운이 많은 불안정한 마음들이 선우와 기가 막히게 잘 떨어졌다. 배우로서 아주 장점도 많고, 표현해 내려고 하는 욕심과 의지가 대견스러웠다"고 칭찬했다.
◆ "할리우드 진출 안 해…최민식 이제 써먹을 만한데 소문내 달라"
그러면서 "이 나이또래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외국처럼 넓지가 않다. 그런 게 안타깝다. '최민식 이제 써먹을 만한데' 하고 아무나한테 얘기들 좀 해달라"고 말하며 웃었다. 데뷔 46년차 배우인 그는 "제 몸뚱아리가 재료고 살아온 인생이 밑천이다. 이제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데 이걸 써먹어야 한다. 정말 진짜 이제부터다. 요이땅 해가지고 하고 싶은데 돌아보면 기회가 별로 없다"며 영업을 자처했다.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단호한 소신을 밝혔다. 최민식은 "저는 안 한다. 말이 안 통한다. 저도 '루시' 때 해보지 않았느냐"며 "언어가 다르면 안 되더라. 배우는 악기다. 가봐야 악역만 시키는데 조선 악역하고 미제 악역하고 같겠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우리 얘기로 소통하고 나오는 카타르시스가 좋다"고 잘라 말했다.
'쉬리', '취화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그리고 한국 영화 역대 최다 관객 수를 보유한 '명량'과 지난해 1191만 신드롬을 일으킨 '파묘'까지. 한국 영화사의 산증인이자 수많은 대작을 짊어져 온 배우 최민식이지만,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다.
최민식은 "한국 역사에 남을 작품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할 것"이라며 "많은 분이 기억해 주시는 작품들이 고맙지만, 이제부터는 다 잊어버리고 지금부터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강한 열망을 전했다.
한편 최민식과 한소희의 세대 초월 오피스 케미스트리를 담은 영화 '인턴'은 오는 9월 16일 극장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