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충식 KAIST 신임총장이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피지컬AI를 강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KAIST 제공
배충식 KAIST 신임총장이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피지컬AI를 강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KAIST 제공
“피지컬AI 만큼은 우리가 ‘G1’으로 갈 수 있습니다.”

배충식 신임 KAIST 총장은 최근 서울 청진동에서 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피지컬AI를 적용할 수 있는 제조업 풀스택을 갖추고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을 주도하고 있지만, 제조업과 로봇을 결합하는 피지컬AI에서는 한국의 제조업 기반을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배 총장은 피지컬AI에서 KAIST가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제조업 역량을 고도화하면서 AI를 적용해 피지컬AI로 국부를 창출하는 게 KAIST의 역할”이라고 선언했다.

피지컬AI는 실제 환경에서 로봇이 움직이며 쌓는 행동·센서 데이터를 학습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생산 인프라를 갖춘 한국은 AI를 훈련시키고 검증할 산업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여기에 AI 모델뿐 아니라 이미지 센서와 액추에이터 등 제조 기술도 갖췄다.

배 총장은 이에 따라 전 과목을 AI 기반 교육 체계로 재설계한다고 밝혔다.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기반 위에서 AI 원리와 응용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그는 “일부 학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전 학년과 대학원에 동시에 적용하는 이른바 ‘샷건’ 방식으로 내년 3월부터 학부 전 학년과 대학원 모든 교과목을 재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몇 달 안에 KAIST 교수 750명 전원이 AI를 다루는 체계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배 총장은 지난달 10일 취임식에서 발표한 △AI를 넘어 모두의 AI △혁신적 연구·창업 △효율적이고 열린 대학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세계로, 미래로 등 5대 혁신 전략을 통해 교육·연구·창업·행정·캠퍼스·국제화 전반의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연구 전략도 규모보다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잡았다. 배 총장은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우리는 밀도 있고 고급화한 연구를 해야 한다”며 “연구단지 내 기관 간 연계를 강화해 클러스터를 만들어 효율적인 연구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과의 연계도 강화한다. 기업의 위성연구실과 공동연구센터 유치를 확대하고 AI 자율랩을 함께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학부생에게도 입학과 동시에 창업교육을 제공한다.

배 총장은 “세계 최고 대학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대학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KAIST를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여는 국가혁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