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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하는 K-관광, 주요 산업에 불어오는 새로운 변화 [삼정 KPMG CFO Lounge]
도정욱 삼정KPMG 전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여행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 ‘보는 여행’에서 한국의 일상을 직접 ‘경험하는 여행’으로, 서울을 넘어 지방 도시까지 발걸음을 넓히는 등 여행 형태가 한층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팬데믹 이후 리셋된 K관광의 체질
팬데믹 이전과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면면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편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국적 구성이다. 2015년 45.2%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2025년 28.9%로 낮아진 반면, 2025년 대만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28.3%, 일본인은 13.3%, 미국인은 12.4% 늘었다.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던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여러 국가로 분산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방식 역시 달라졌다. 정해진 코스를 따라 이동하던 단체여행객 중심에서 자신만의 일정을 설계하는 개별 자유여행객(FIT)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고, 한류 콘텐츠에 의존하던 관광 소재도 뷰티·패션·외식·의료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들의 관광 동선 역시 서울과 수도권에 갇혀 있지 않다. 지방 공항 노선 확대와 철도망 고도화를 발판 삼아 부산, 제주, 강원 등지로 발걸음이 확산하는 추세다.
외국인 관광객의 반등 배경에는 문화적·지정학적·경제적·기술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BTS 메가 이벤트 같은 문화 콘텐츠가 실질적인 방한 동기로 작용했고, 2025년 말 불거진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 기조는 한국을 대체 여행지로 부각시켰다. 여기에 원화 약세에 따른 낮아진 체감 물가, SNS·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정보 접근성 확대도 힘을 보탰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에 따라 재편되는 인바운드 소비 트렌드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과 소비는 여행·숙박업에 그치지 않고 유통, 소비재, 의료·웰니스, 호텔, 플랫폼 등 여러 산업을 관통하며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변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채널과 지역의 분산, 일상 체험형 소비의 확산, 특수목적 관광객의 증가, 기술이 연결하는 소비 여정 등 네 가지로 요약된다.먼저 채널과 지역의 분산이 두드러진다. 과거 면세점과 로드숍에 집중되었던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채널은 백화점·대형쇼핑몰·편의점 등으로 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서울에 쏠려 있던 관광 동선도 지방 거점 도시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신세계 센텀시티가 아이스링크·찜질방 등 체험형 시설을 갖추며 부산의 주요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 현대백화점이 부산 광안리·경주 황리단길 등 지역 관광 명소에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는 사례는 관광객의 소비 공간이 지역 곳곳으로 확산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은 상품을 구매하는 쇼핑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일상과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피부·두피 컨설팅, 미용실 등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외국인 관광객의 새로운 방문 목적지로 부상했다. 올리브영 N성수점은 상담·진단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제품 추천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외국인 이용객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주요 상권의 미용실에서도 K-팝 스타의 헤어스타일을 경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외국인 대상 특화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의료·웰니스, 공연처럼 뚜렷한 방한 목적을 지닌 특수목적 관광객의 증가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일반 관광객보다 체류 기간이 길고 객단가가 높은 만큼, 인바운드 관광(Inbound Travel) 시장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끄는 축으로 평가된다. 외국인 환자 수 역시 2023년 61만 명에서 2025년 201만 명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으며, 피부과·성형외과에 집중됐던 진료 수요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약국과 안경원처럼 내수 중심이었던 채널도 외국인 관광객의 새로운 관광 코스로 편입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AI 번역, 간편결제 등 기술 기반 인프라와 플랫폼이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편의성을 높이고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들어내는 등 여행 여정에서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놀유니버스의 ‘놀월드(NOL World)’가 K-팝 콘서트와 숙박을 결합한 패키지를 제공하고, 힐링페이퍼의 ‘언니(UNNI)’가 다국어 미용·의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무신사는 한국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쇼핑 경험을 일본 현지 온라인 소비로 연결하는 등 관광객의 여행과 소비를 잇는 플랫폼의 역할을 보여준다.
이처럼 K-관광의 성장은 여행업 한 분야의 호황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를 매개로 여러 산업이 동시에 재편되는 구조적 전환으로 읽힌다. 다만 성장의 이면도 함께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25년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약 1,802달러로 전년의 1,877달러보다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얼마나 많이 오게 할 것인가를 넘어,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소비하며 다시 찾게 할 것인가라는 질적 성장의 질문이 이제 기업들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동선을 먼저 읽고 그 위에 자신의 서비스를 설계하는 기업이, 다음 K-관광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