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외화예금 수요가 늘고 있다. 달러와 엔화가 쌀 때 미리 사두려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외화 환전액도 급증했다.

원화 강세에…외화 환전·예금 급증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지난 7월부터 8월 27일까지 개인 고객이 원화를 달러와 엔화로 환전한 금액은 총 1조4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달러 환전액이 6억8600만달러(약 9400억원), 엔화 환전액이 619억엔(약 5300억원)이었다.

환전액은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이 컸던 7월에 많았다. 7월 달러 환전액은 3억4900만달러로 지난해 1월(5억600만달러) 이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엔화 환전액은 285억엔으로 전년 동기(129억엔)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저가 매수를 노린 환전이 증가하는 가운데 여름휴가 성수기를 맞아 해외 여행비를 마련하려는 수요까지 겹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이 전년 동기보다 31.9% 증가했을 정도로 일본 여행 수요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달러예금과 엔화예금도 늘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762억달러로 이달 들어서만 약 68억달러 불어났다. 합산 통계를 낸 2021년 5월 이후 최대 규모다. 엔화예금 잔액(1조3807억엔)은 같은 기간 3419억엔 늘었다.

지난 6월 말 1549.4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이날 1368.6원까지 내려왔다. 이 기간 원·엔 환율도 100엔당 954.95원에서 856.1원으로 하락했다.

국내 기업의 원화 환전이 급증한 것이 원화 강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 미국 증시에서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확보한 약 265억달러를 원화로 바꾸기 시작했다. 다른 기업들도 법인세 중간예납을 하기 위해 보유 달러를 잇달아 원화로 환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8월 국내 법인세 중간예납액을 약 46조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8월(15조9000억원)보다 30조원 많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액이 줄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린 것도 원화 가치를 밀어올린 배경으로 분석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