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서울시청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주택 공급 방안 면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임형택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서울시청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주택 공급 방안 면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임형택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자신의 SNS에 '대통령의 부동산 현실 인식, 어안이 벙벙하다'며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고금리에 따른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에 대비한다'고 밝힌 대목을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과 조정훈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일제히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주택) 조기 대량 공급과 투기 수요 억제, 고금리에 따른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 등으로 주택 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며 "공공주택 보유용으로 일정 기준 이하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경매 나온 집 소유자가 모두 무리하게 대출받은 투기꾼이 아니다”라며 “대출 연체와 경매를 보는 대통령의 인식은 심각하게 우려스럽다”고 직격했다. 그는 “(집을 경매당한 소유자 중에는) 내수 부진과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도 있고,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하나뿐인 집을 담보로 제공했다 삶의 터전마저 잃을 위기에 놓인 평범한 국민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이어 "당장 내놓을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없으니 대통령이 직접 '집값 폭락'을 거론해 시장에 공포를 불어넣고, 주택 보유자들을 쥐어짜서라도 매물을 내놓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주택 가격 폭락을 예견하는 것부터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강남권 일부 매물이 가격을 낮춰 나온 현상을 ‘투기 수요 억제’의 성과로 본다면 큰 오산”이라며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며 ‘가격 키 맞추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잘못된 보고를 받고 있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1.0%로 4개월 연속 100%를 웃돌았다"며 "경매 물건이 늘어났는데도 서울에선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조정훈 의원도 SNS에 '대통령님, 집 가진 국민이 그렇게 밉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민들이 빚을 떠안고 경매로 집을 잃는 상황이 대통령에겐 기회냐"고 반문했다. 이어 "힘겹게 이자를 갚아온 국민들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도, 국가가 그 집을 사들이면 그만이냐"며 "국민의 자산이 무너지는 상황을 부동산 개혁의 기회처럼 말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폭등도, 폭락도 국민의 삶을 무너뜨린다"며 "국민이 잃은 집을 국가가 사들일 궁리보다, 국민이 집을 잃지 않도록 할 대책을 먼저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도 이날 "국민들 집이 경매로 나온 소식이 호재냐"며 "어제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고 꼬집었다. 나 의원은 "지금 경매로 쏟아져 나오는 집들은 강남 투기꾼들의 물건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의 직격탄을 맞고, 버티다 못해 쓰러진 3040 서민들의 피땀 묻은 집들이며, 경매는 한 가정이 무너지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집은 대출 막고 세금 올려 경매로 넘기면서, 본인 집은 꼼수 대출로 최고가에 파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부르기도 아깝다"고 덧붙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