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 육군을 처음 뚫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가 이번에는 스페인으로 향합니다.

K9이 서유럽 국가에 진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한화에어로 몫은 6,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와 이 소식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이 기자, 오늘(31일) 나온 공시가 K9 자주포 수출 실행 계약인데 이미 나왔던 건 아닙니까?

<기자>

계약의 정체가 한달여 만에 드러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달 2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매출액의 2.5% 이상에 해당하는 상품 공급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는데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26조7,029억원이었던 만큼 계약 규모는 최소 6,600억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상대가 누구인지, 무엇을 파는지가 전부 빠져 있었습니다.
한화에어로 K9, 스페인서 축포…서유럽 처음으로 뚫었다
이번에 회사 측에 다시 문의하니 "이번 수출 실행 계약은 7월 기본 계약의 연장선상"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니까 스페인 인드라시스템즈과의 K9 자주포 계약이라는 게 사실상 확인된 겁니다.

<앵커>

이번에는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공개됐습니까?

<기자>

누구에게 무엇을 파는지는 공개했는데요. 계약 규모나 계약 기간은 또 비공개입니다.

대신 딱 하나, 돈이 들어오는 조건은 열어놨습니다.

1차 선급금으로 계약 체결 후 20%, 2차 선급금으로 올해 12월 31일 안에 5%를 더 받는 구조입니다.
한화에어로 K9, 스페인서 축포…서유럽 처음으로 뚫었다
이 부분이 공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꼽힙니다.

먼저 비율입니다. 1차와 2차를 합치면 25%입니다. 계약과 동시에 20% 이상 나가는 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닙니다.

선급금은 물건을 받기 전에 미리 주는 돈인데요.

발주처가 손에 쥔 것도 없이 돈부터 낸다는 건, 예산이 더 안 잡히거나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다음은 날짜입니다. 2차 선급금 시한이 올해 12월 31일인데요.

총액의 4분의 1이 올해 안에는 한화에어로에 들어온다는 겁니다.

<앵커>

액수는 지난달 나온 6,600억원이라고 보면 됩니까?

<기자>

회사가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본 계약이 전체 틀을 잡고, 실행 계약은 실제 발주 물량을 확정하는 구조입니다.

6,600억원이라는 틀 안에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죠.

이번 공시에는 어떤 사업인지도 없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스페인의 '노후 M109 자주포 교체 사업'으로 보는데요.

인드라그룹 컨소시엄이 따낸 총 7조원 규모 사업입니다. K9을 기반으로 자주포 128대와 탄약 운반차 등을 스페인 육군에 넣는 내용입니다.
한화에어로 K9, 스페인서 축포…서유럽 처음으로 뚫었다
근거도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화에어로는 지난 3월 인드라와 자주포 현대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한화에어로가 맡는 건 K9 플랫폼이 될 거라는 외신 보도가 이미 있었는데요. 완제품을 보내는 게 아니라 플랫폼 기술을 대는 겁니다.

실제 차체 생산과 제어·통신 통합은 인드라가 담당합니다. 그래서 전체 사업비가 한화에어로 매출로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이 이 계약을 주목하는 건 서유럽에 K9이 처음 들어간다는 데 있습니다.
한화에어로 K9, 스페인서 축포…서유럽 처음으로 뚫었다
<앵커>

K9이 서유럽 첫 진출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기자>

지금까지 K9을 도입한 유럽 국가는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튀르키예입니다.

공통점은 러시아와 가깝다는 겁니다. 당장 급하니 검증된 물건을 빨리 달라는 수요였습니다.

스페인은 다릅니다. 유럽에서 러시아와 가장 먼 축에 속하고, 자체 방산 기반도 탄탄합니다.

급해서 사는 나라가 아니라, 따져보고 고른 나라라는 얘기입니다. K9이 유럽 표준 화력 플랫폼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신호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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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자리를 얻기 위해 내준 것도 있습니다.

인드라는 K9 기반 플랫폼의 설계 권한을 확보하고, 지식 재산권까지 갖습니다.

인드라 회장이 지난 3월 한화에어로와의 협약을 발표하면서 "스페인군이 지상 플랫폼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진정한 주권을 갖게 됐다"고 밝힌 게 정확이 이 대목인데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조달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싸고 빠른 완제품보다, 자국에서 만들고 자국이 통제하는 걸 요구합니다.

한화는 이런 요구에 맞춘 모델을 유럽에서 처음으로 실행 단계까지 끌고 온 겁니다.

<앵커>

한화에어로의 K9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기자>

스페인 안에서의 추가 수주 가능성인데요.

이번 사업 역시 한 번에 나가는 게 아니라 단계 별로 집행됩니다. 후속 물량이 남았다는 의미입니다.

서유럽 레퍼런스가 생긴 만큼 K9 도입을 검토만 하던 유럽 다른 나라의 문턱도 낮아졌습니다.

마지막은 제3국입니다. 조금 낯설게 들리실 수 있는데요.

인드라가 설계 권한과 지식 재산권을 갖는다는 건, 스페인에서 만든 K9 파생형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스페인에서 만든 K9이 다른 나라에 팔리면, 한화가 어떤 권리를 갖는지가 장기 수익성의 관건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지효기자 jhlee@hankyungtv.com
한화에어로 K9, 스페인서 축포…서유럽 처음으로 뚫었다